우리는 침 없는 벌떼인가? 

트럼프 재밌다. 장난질하는 건지, 횡설수설하는 건지. 

엉뚱한 짓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매질하고 칭찬하고, 들었다 놨다 종잡을 수 없다. 여하튼 결국 잘한다.

딜의 명수? 

분명한 것은 3가지다. 

핵 영구 제거, 김정은 제거, 체제 제거로 일관하는 것이다. 

이 길만이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의 열망이다. 

이건 절대로 협상 카드로 되는 건 아니다. 

대한 국민은 어떤가?  

어찌 보면 국민은 없고 구경꾼만 있다. 

이상한 벌떼 집단이다.  

여왕벌을 위하여 벌떼 중에 독침을 쏘고 죽는 벌 한 마리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 민족은 쉽게 끓어오르는 냄비라고 했다. 그러나 이제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라면 컵이다. 

냄비나 종이컵 민족은 한번 당해봐야 안다. 그러나 연습이 없는데 당해본들 바로 끝장이 아닌가. 

나라의 고마움을 정말 모른다. 나라 없는 설음을 모른다. 나라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이 당연한 줄 안다. 그러니 주변에서 호시탐탐 노리는 강국에게 언제 먹힐 줄 모른다. 

나라 안보가 풍전등화니, 누란지세니, 존망지추니, 위기라고 아무리 외쳐도 강 건너 불이다. 

평화 관광 버스에 올라탄 들뜬 여행객들이 환호성을 지르지만, 운전사가 차를 절벽으로 몰고 가도 이제 할 말이 없다. 

어제는 일등 국민이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국민될 자격조차 없다. 

국회는 국회끼리, 정치권은 정치권끼리 맹수 앞에서 서로 뿔싸움만 하고 있으니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다. 온 나라가 판단이 흐리고 판단 불감증에 걸렸다. 

군대 의무 기간은 짧을수록 좋다. 나라에서 주는 공짜는 많을수록 좋다. 국민 세금을 빼서 실직자를 도와주니 곶감 빼 먹는 재미가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갑질하는 놈 보기 싫으니 대기업을 박살내도 좋다. 나라는 거덜 나건 말 건 안중에도 없다. 이럴 때 무관의 제왕, 언론은 다 어디로 가고, 독침을 쏘는 벌떼는 다 어디로 갔나? 

나라가 없어지면 국민이 어디 있냐? 시민권이 없으면 국제 거지나 미아가 되는 수모를 겪는다. 

항상 전쟁 속에 휘말려 있는 이스라엘을 보아라. 

나라 지키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어느 나라가 되었건 먹히면 그 나라 노예가 된다. 인조가 남한산성 굴복으로 얼마나 많은 장정과 부녀자들이 청나라로 끌려가 노예가 되었는가. 설령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던져주는 개밥을 먹는 신세로 전락한다. 

9백 번 이상 다른 나라 침략을 당하고도 단 한 번도 침략한 적이 없다는 것이 어찌 자랑이냐? 부끄러운 줄 알아라. 

맹자가 말했다. 

‘수오지심은 의지단야’라고 했다. 부끄러움을 알아야 의로움의 실마리가 생긴다. 한 마디로 지금은 의인이 드물다. 4.19 때 죽음을 던진 그런 의거는 어디로 갔나? 우리는 동네 북이고 물고기 밥이고 지렁이 같은 미끼다. 

지금까지 지렁이가 생존한 것이 참 용하다. 붕어, 잉어가 서로 입질을 하다가 드디어 붕어가 지렁이 미끼를 물었는데 갑자기 돌고래가 나타나서 완전히 꼴깍하기 직전에 먹었던 것 억지로 뱉어내어 구사일생 일제로부터 살아난 것이 대한 민국이고 조선 인민 공화국이다. 우리끼리 손잡고 살아난 것이 아니다. 

살려준 돌고래에게 욕설을 퍼붓는 그런 배은망덕이 어디 있나?

그래도 같은 동족끼리 잘도 싸운다. 형제끼리 피 흘리며 잘 싸운다. 좌우파로 갈리고 가장 무서운 배신자가 바로 친구이고 가까운 직장 동료가 되는 불신사회가 조성되고 있다. 올챙이와 맹꽁이의 싸움은 언제나 결론이 없다. 

미꾸라지도 지렁이를 삼키려고 낙동강까지 왔다가 또 돌고래가 몰려오자 다시 제자리로 도망쳤다. 미꾸라지는 돌고래를 아주 미워하고 죽이고 싶다. 그런데 지렁이는 살려준 돌고래의 고마움을 잘 모른다. 미꾸라지는 심심하면 흙탕물을 일으킨다. 그게 본성이다. 지렁이는 왜 미꾸라지가 오죽하면 맑은 물을 흐리게 하겠느냐고 오히려 항변해 준다. 배운 게 잘못 배워서 제 딴에는 옳은 말하고 있는 줄 착각한다. 돌고래는 지렁이를 먹지 않는다. 역사는 바로 이웃 강국이 언제나 약소국을 먹어 치웠다. 이웃 강국을 가장 경계해야 할 안보 공식이다. 

나는 지렁이인가? 미꾸라지인가? 우왕좌왕 올챙이인가? 쏘는 벌떼인가? 

나라가 통째로 사라진다고해도 지렁이는 꿈쩍을 안 한다. 

싸우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더니 미꾸라지를 두둔하는 지렁이가 밉다. 미꾸라지 본성이 사기꾼이라고 하면 중상모략이라고 한다. 사기꾼의 겉치레만 본다. 행동과 반대로 감언이설만 믿는다. 장자가 말했다. 군자는 담담한 물맛이다. 그러나 소인은 단술처럼 달콤하다. 

비가 오는 날, 지렁이와 미꾸라지 세상이다. 

비가 올 때만 자유를 찾으며 여기저기서 많이 기어 나온다. 논두렁에 올챙이와 맹꽁이는 자기가 잘 났다고 시끄럽게 소리만 낸다. 세상 간을 보며 설왕설래, 우왕좌왕이다. 

비 오는 날 촛불은 꺼진다. 

그래서 전깃불로 된 가짜 촛불을 들고나와 그것이 진짜 촛불인 척 ‘눈 감고 아웅’ 거짓말로 우긴다. 

‘사슴을 가리켜 말 (指鹿爲馬)’이라고 하는 격이다. 

촛불은 혁명을 모른다. 촛불에 혁명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은 촛불 모독이다. 

촛불의 경건함은 다 어디로 갔는가? 

촛불은 간절한 염원이고 간구하는 기도다. 그래서 촛불 혁명이라면 세상 사람들이 웃는다. 가짜고 위선이다. 

그러나 진정한 자유는 햇볕 나는 세상이다. 햇볕이 나면 꽃밭에서 향기가 풍기고 벌떼가 즐겁게 꿀을 만든다. 그러면 지렁이도 미꾸라지도 어느새 갯벌 속으로 숨어버린다. 

지렁이와 미꾸라지는 공통점이 있다. 

햇볕의 고마움을 모른다. 

햇볕을 아무리 설명해도 일제히 입을 다문다. 

항상 미꾸라지가 하는 말이 있다. 지렁이나 미꾸라지는 모양은 좀 다르지만 길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는 동족이다. 언어가 같다. 

붕어나 잉어나 돌고래가 섞여 사는 지구촌에서 우리끼리 놀자. 꾹 참고 꿈쩍하지 말자. 늪에서 살자. 그러니 지렁이는 미꾸라지를 정말 형제라고 부른다. 겉만 보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끼리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미꾸라지가 용 됐다.”라는 말이 있다. 

지렁이와 미꾸라지가 개과천선하는 날 용이 된다. 

그런 날은 우리끼리는 우리가 죽은 뒤에도 없을 것이다. 

지금은 힘 있는 자가 엿장수다. 

어차피 생존의 법칙에 따라 줄을 잘 서야 한다. 줄을 잘못 서는 것은 세상 물정을 모르기 때문이다. 

보라, 패전국 일본이 누구에게 줄을 서고 있는가. 

철모르는 지렁이, 흑심을 품는 미꾸라지. 미꾸라지가 지렁이에게 악수를 청했다고 지렁이는 평화가 왔다고 지레 좋아하고 감격한다. 그러나 그건 미꾸라지의 본심이 아니다. 

지금 돌고래 앞에서 독 안에 든 미꾸라지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아니 지렁이 손이라도 잡는 시늉을 해야 할 때다. 돌고래 앞에서 미꾸라지가 쇼를 하고 있다. 혼신을 다하여 연기를 한다. 선인과 악인은 손을 잡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 

탕을 끓이겠다고 잡아온 미꾸라지가 목숨만 살려주면 무슨 연기인들 못하겠는가. 

“제발 돌고래야, 물러가라.” 

물속에 미꾸라지를 방류하는 순간 지렁이는 미꾸라지 밥이다. 영웅 칭호를 받은 자는 감시를 당하고 배신의 형장으로 간다. 의인은 강제 수용소로 가고, 아오지 탄광으로 가고, 노동 현장으로 끌려가고, 기독교인은 순교를 백 번도 더 당한다. 

버스 떠난 뒤 손 흔들어도 그땐 소용이 없다. 

독침이 있다면 벌떼들아, 일어나거라. 

하나님을 믿는 자들아, 영혼이 있다면 일제히 궐기하라. 

지금은 행동하는 자만이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 의로움을 아는 자가 침을 쏘는 진짜 벌떼다. 

벌의 침은 무기요, 생명이요, 진정한 자유의 도구다. 

요리사는 지렁이를 요리하지 않는다. 미꾸라지만 보인다. 미꾸라지 추어탕만 생각한다. 

요리사는 물오른 미꾸라지가 한창 꿈틀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아프다. 죽을 줄 모르고 날 뛰는 그 모습이 불쌍하기 때문이다. 

안목만 넓히면, 시야만 넓히면 펄 속에서 그런대로 살아남을 수도 있는 미꾸라지가 아스팔트 위에서 제 분수를 모르고 활개 치고 헤엄치며 흙탕물을 일으키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지렁이건 미꾸라지건 세상 모르는 건 마찬가지다. 요리사 눈에는 지렁이도 미꾸라지도 밉지만 결국 불쌍하다. 

누가 지렁이이고 미꾸라지인가?  

딱 한 가지만 보자. 인권이다. 

우리의 소원은 잘 사는 나라보다 하루를 살아도 인권이 보장된 나라에서 살고 싶다. 인권은 요리사인 하나님이 준 최고의 선물이다. 인권이 없으면 사기 정권이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그러나 꿈틀해서 인권을 찾으려고 할 때는 이미 늦다. 구둣발 아래 피 흘리는 비참한 존재다. 

꼭 알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인권을 무시한 나라는 결국 망한다. 하나님 뜻을 거역하는 나라다. 자연의 섭리는 위대하다. 

지금은 뭐니 뭐니 해도 돌고래가 세계 대통령이다. 

지렁이를 살려 주느냐 마냐, 미꾸라지 숨통을 조이느냐 마냐 결정권자는 우리끼리가 아니고 돌고래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요리사는 때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오직 부끄러움을 알고 의로움을 아는 벌떼를 기다린다. 

아직 말이 없다. 침묵하는 요리사의 심판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