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English

바로 밑에 보이는 분류를 선택하는 즉시 게시글 전체중에서 글올리신 이가 지정한 분류가 님이 선택한 분류와 일치하는 글들만이 전시됩니다. 선택한 분류에서 다시 전체글을 보시려면 분류: 전체나 위의 게시판 메뉴를 누르면 전체 글이 다시 펼쳐집니다.
As soon as you select and click one of the categories below, only those articles with the same category assigned by the one who uploaded the article will be displayed. To view the entire posts again press Category: Total or the LWV Board menu choice.

아름다운동행-c3.jpg




숲 속 환상 교향곡

고 영 주


  Laguna Woods의 ‘라구나’는 영어 Lagoon에 해당하는 ‘늪’이라는 뜻이다. 늪지대나 호숫가 아름다운 숲이다. 거기에 할배와 할미가 둥지를 틀었다. 할미새가 긴 꼬리를 흔들며 할배를 부른다. 꽃길을 따라 푸른 들을 산책한다. 할미새는 영어로 꼬리를 흔든다는 wagtail이다. 쉴

새 없이 윙크하듯 흔드는 꼬리는 파르르 은빛 물결이 흐른다. 새는 움직이는 꽃일까. 예쁘기로 말하면 다양한 색상으로 기묘하고 화려한 빛깔은 새의 깃털만 한 것이 없다. 조물주는 조류의 깃털을 제일 아름답게 만들었다.


  할미는 소녀처럼 궁금증이 늘었다. 나이 들면 어린아이로 돌아간다는 말이 맞다. 이제 100세 시대의 후반전이다. 50세를 반환점으로 카운트 다운하다가 땡 치면 꼴까닥이 아닌가. 그러니까 우리는 다시 젊은 시절로 되돌아간다. 여자 74세는 내리막 26세, 한창 무르익은 처녀의 가슴에 모닥불이 탄다. 여자는 연하의 남자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새는 우는 걸까요? 아니면 노래하는 걸까요?” 그녀가 물었다.

  어떤 조류학자는 새는 자기 위치를 알린다거나 짝을 찾고 건강을 위해서 지저귄다고 했지만, 도대체 알 수 없다. 이 대답은 한마디로 엿장수 마음이다.

  “노래하겠지요.”

  “수천 km를 날아가는 철새는 어떻게 방향 감각이 그렇게 정확할까요?”

  이번에는 제법 까다로운 질문이다.

  “조류 연구가들은 새가 지구의 자기장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녀의 질문은 계속된다.

  “저 작은 새는 어떻게 헬리콥터처럼 날지요?”

  꽃 위에서 정지하듯 날고 있는 새를 가리켰다.

  “조류 중에서 가장 작은 허밍버드(벌새)는 작은 것은 5 cm 남짓밖에 안 되지만 1초에 50~80번 날갯짓을 하고 시속 90km를 날 수 있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사람이 이런 에너지를 낸다면 당장 타버리고 말 것입니다.”

  “그럼, 가장 큰 새는 어떤 새인가요?”

  “조류 중 제일 덩치가 큰 타조는 사자가 최고 시속 60km를 달릴 때 90 km를 뛰는 달리기 선수입니다. 그런데 날개를 가지고도 왜 전혀 날 수가 없는지, 어울리지 않게 왜 콩알만 한 작은 뇌를 가졌는지, 새가 물 한 모금 마실 때마다 하늘을 쳐다보는 것은 중력을 이용하여 물을 넘기는 것인데 우주선에 보낸 새들은 중력이 없어 물을 마시지 못해 모두 죽었다고 하지 않습니까? 인간은 새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공작의 화려한 색깔과 수많은 눈동자가 새겨진 부챗살 모양의 날개는 그대로 살아 움직이는 병풍이다.

  앵무새 혀는 사람의 혀와 비슷하다. 앵무새 알렉스는 냉장고에서 꺼낸 옥수수를 쪼아 먹으며 ‘콘’이라고 말하고 ‘콜드’라고 감정까지 표현했다. 31살에 “You be good, See you tomorrow. I love you.”라고 유언까지 시청할 수 있으니 놀라울 정도다.

  뉴질랜드에서 출발한 도요새는 1주일 동안 약 1만 km를 쉬지 않고 날아서 우리나라 서해안 늪지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잠깐 휴식과 먹이를 취한 후에 다시 알래스카로 날아가는 장거리 마라토너다.

  그런데 참으로 불쌍한 새가 있다. 일본에서 ‘아호도리’라고 부르는 바보 새다. 먹이를 제대로 노획하지 못한다. 태풍이 불어야 세상에서 가장 높고 멀리 날 수 있고 날개 길이가 약 2m나 되는 새가 앨버트로스다. 골프에서 파 5홀을 4번에 넣으면 버디, 3번이면 이글, 2번이면 앨버트로스라고 한다. 이렇게 새가 등장하는 것은 비거리와 관계가 있다.

  우리는 새에게서 배운다. ‘부부 금실’ 하면 원앙새, 흔히 일본어 잉꼬 부부는 사랑 앵무를 말한다. 전통 혼례에서 전안례라는 절차가 있다. 그것은 기러기처럼 정절을 지키고 부부애를 지니고 살라는 뜻이다.

  “아, 참, 그런데 기러기는 왜 V자형 글씨를 쓰면서 날아가지요?”

  “V자로 날면 앞에 가는 기러기가 뒤따르는 기러기에게 상승 기류를 만들어 평상시의 71% 힘으로 쉽게 나를 수 있다고 합니다.”

  산란 시기의 암꿩은 사냥꾼 앞에서도 알을 품고 보금자리를 지키며 생사를 같이하는 모성애의 상징으로 알려져 왔다. 그래서 속담에 “꿩 먹고 알 먹는다.”는 말이 나왔다.

  “그럼 ‘아침에 까치가 울면 손님이 온다.’는 말이 어떻게 해서 생겼는지 참 궁금해요.”

  “뒷산 까치는 텃새인데 낯선 사람을 보면 개가 짖듯이 동네에 낯선 손님이 나타나면 본능적으로 “까악 까악” 울기 때문에 그런 속설이 생겼답니다.”

  까치집은 새의 궁전이다. 4층까지도 짓는다. 구조는 타원형이며 그렇게 공학적으로 견고하게 잘 만든 둥지는 없다고 한다.


  예수님이 가시관을 쓰고 피 흘리며 십자가를 지고 갈 때 그 가시를 뽑아내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목 주위가 빨갛게 피로 물든 새가 바로 울새(나그네새)이다.

  “그런데 왜 제비는 하필 사람이 들락거리는 문지방에 집을 짓나요?”

  “제비는 참 영리한 새입니다. 진흙에 침을 발라 집을 짓는데 비가 내리면 흙이 흘러내리기 때문에 나뭇가지에 짓지 않습니다. 시골 초가지붕에는 구렁이가 살지요. 구렁이에게 참새나 제비 알은 최고의 별미랍니다. 그래서 제비 둥지는 안전하게 사람의 시선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지요.”

  그러니까 일본은 새끼를 생명처럼 품어주는 꿩, 영국은 예수님 사랑 울새(Robin), 호주는 거문고 타는 금조(琴鳥), 오스트리아는 날렵한 제비, 프랑스는 벼슬을 자랑하는 수탉, 중국은 천년을 사는 학, 한국은 공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선산을 지키는 까치가 국조가 아닌가. 카리스마를 과시하는 흰머리 독수리는 미국, 아름다운 공작은 인도와 미얀마의 국조다.

  “저마다 새들은 아름다운데 왜 까마귀를 흉조라고 하나요?”

  “아닙니다. 삼족오는 고구려의 국조입니다. 기억을 잘못하는 사람에게 ‘까마귀 고기 먹었나?’라고 빈정대는 말과는 달리 까마귀는 지능이 높습니다. 까마귀는 부모가 새끼를 60일 동안 먹여 살리고 새끼는 자라서 부모를 60일을 먹여 살려 효도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반포지효(反哺之孝)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까마귀는 북유럽 신화에서는 지혜의 상징, 수메르인에게는 평화의 상징, 일본에서는 길조로 알려져 있습니다.”

  효도 새는 까마귀, 불효 새는 올빼미다. 올빼미는 길러준 어미 눈을 빼 먹고 둥지를 떠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까마귀는 왜 그렇게 까맣지요?”

  이번에는 말도 안 되는 질문이 저절로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호호호, 까마귀에게 물어볼까요? 실은 그리스의 신 아폴론이 코로니스라는 여인을 무척 사랑했는데 코로니스가 이스키스라는 남자와 눈이 맞았데요. 그래서 까마귀가 아폴론에게 몰래 알려주었답니다. 아폴론이 그 말을 듣고 홧김에 코로니스를 죽였지만 바로 후회하고 그 사실을 알려준 까마귀가 미워서 원래 눈빛처럼 고운 하얀색 까마귀를 검은 색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신화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고자질한 죗값으로 흰색이 검은색이 되었군요.”

  그녀는 나의 말을 경청해주었다. 지루해도 재미있게 들어주는 여자! 장단을 잘 쳐 주는 여자! 나를 꼭 감싸주는 보자기 같은 여인이다.

  나는 잔소리하는 새소리가 되었고 질문을 던지는 그녀는 새소리 사냥꾼이 되었다.


  우리는 아카시아 꽃 내음이 풍기는 모퉁이를 지나서 새소리 요란한 숲 속 오솔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새소리 참 좋지요?” 여자는 동의를 구하듯 나를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특히 뻐꾸기 울음소리요.”

  “뻐꾸기요?”

  “예, 뻐꾸기는 설움을 삼키고 피 울음을 토하는 슬픔 그 자체입니다. 나에게 칸트나 괴테입니다.”

  “왜 그렇죠?”

  “린다 씨처럼 나를 깊은 상념에 빠지게 하니까요.”

  “어머, 내가 그렇게 슬프게 보여요?”

  “아니요, 전연 그렇지 않아요. 깊고 파랗게 보여요.”

  우리는 어느새 서로 마주 보고 웃었다.

  나는 들꽃을 한 묶음 꺾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숲 속의 청혼이 시작되었다.

  나는 초조했고 그녀는 당황했다. 산새 소리가 유난히 아름다웠다. 숲속 교향곡이 울려 퍼졌다. 꽃을 받아 쥔 그녀는 수줍은 듯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꼬옥 잡았다.

  우리는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 있는 산봉우리를 향해 숲 속에서 걸어 나왔다.

  새들의 즐거운 합창이 금빛 물결처럼 쏟아져 내리는 오후였다.

  “딴 따다단^ 딴 따다단^”

  꽁지가 하얀 토끼가 뛰어나오고 나무 밑에서 다람쥐가 맴돈다.


No. Subject Author Date Views
Notice Member registration Korean American Community registration Dstone 2023.05.31 1118
593 소망 소사이어티 유분자 장로님 이야기 admin2 2017.01.09 148
592 한국이 어쩌다가 이꼴이~ (펌) John 2017.01.09 190
591 Try To Remember-Jerry Orbach (English lyrics & Korean translation) 기억해 보렴 YouShine 2017.01.09 169
590 이춘근 박사의 최근 시사 강의, 북한 핵부기의 무서운 의미 [1] 一水去士 2017.01.08 288
589 라구나우드 등산클럽 200회 기념 전시-2016 전반기 admin2 2017.01.08 196
588 오늘 현재의 강남, Seoul, Korea - 반 종북파, 반좌파 데모 !! 一水去士 2017.01.08 5523
587 김동길 박사님의 특강 한인회 2017.01.06 185
586 장례미사 한인회 2017.01.06 153
585 동아리 소개 한인회 2017.01.04 177
584 아름다운 동행 - 2016년 편집을 마치며 - 편집장 김귀양 글사랑모임 2017.01.04 155
583 아름다운 동행 제7부 - 안개 낀 어느 아침에 - 이혜규 글사랑모임 2017.01.04 154
582 아름다운 동행 제7부 - 내 얼굴이 어때서 - 이병소 글사랑모임 2017.01.04 161
581 宋은 한국의 쇠망 모델이 아닐까? -조갑제 YouShine 2017.01.04 151
580 한인회 News Letter 제 1 호 ( 발행일 1월 1일 2017년 ) 한인회 2017.01.04 181
579 아름다운 동행 제7부 -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 윤민제 글사랑모임 2017.01.03 163
578 아름다운 동행 제7부 - 늙은 부부의 삶 그리고 준비 - 손기용 글사랑모임 2017.01.03 166
577 아름다운 동행 제7부 - 늘 푸르게 삽시다 - 나윤태 글사랑모임 2017.01.02 160
576 아름다운 동행 제7부 - 세상 만물이 변하듯이 - 김소향 글사랑모임 2017.01.02 150
575 아름다운 동행 제7부 - 소망 소사이어티에 거는 기대 - 김병희 file 글사랑모임 2017.01.01 161
574 아름다운 동행 제6부 - 사랑의 DNA - 한주용 글사랑모임 2017.01.01 182
이 게시판이나 웹에 관해 묻고 싶은 게 있으시거나 건의 할 게 있으시면 관리자 (e-mail: 김익현 ikkim922@hotmail.com) 에게 문의 해 주세요.
Any inquiry as to this board and website or suggestions should be directed to Admin (e-mail: 김익현 ikkim922@hotmail.com ). Than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