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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의 추억

김 자 규


  1978년 봄, 나는 평생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일했던 방송국 기자생활을 사직했다. 입사 13년째다. 가까운 친구들과 선후배들은 말리기도 했으나 부인의 애정 어린 성화에 못 이겨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부인은 대학교 때 신문 방송학을 전공하여 나와 같은 직장에서 아나운서로 일하고 있었고 기자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특히 선거부정을 이유로 닉슨 미국 대통령을 권좌에서 물러나게 한 워싱턴 포스트지의 밥 우드워드 기자를 존경하고 있었다. 부인은 나도 장래에 그

와 같은 훌륭한 기자가 되어주길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결혼 후 얼마 동안은 가정생활을 충실했으나 날이 갈수록 귀가시간은 늦어지고 심지어 술에 취하여 통행금지 시간을 넘는 때가 많았다. 내가 직장에서 쓴 기사도 부인의 눈에는 정부의 시녀 노릇으로 보이는 내용의 기사가 많다고 지적하며 불평과 충고가 계속되었다. 나는 나름대로 이유를 내세워 반박도 해보았으나 설득력은 무력했다.


  사직 후 친구의 소개로 새로 구한 직장은 전혀 경험이 없는 건설회사였다. 내가 근무할 회사는 일반 건축과 토목 분야의 회사가 아닌 석유화학 계통의 플랜트 건설회사였다. 나는 해외파견 요원으로 입사했고 6개월간의 교육을 거처 중동의 이란으로 가기로 되어 있었다.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밤에는 모 대학, 야간 대학원에서 건설수주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교육 과정이 끝나기 전에 예기치 않은 일이 생겼다. 이란에서 이슬람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이란에 근무하던 외국인 근로자들은 모두 현장을 떠나야 했고 언제 다시 공사가 시작될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방송국에서 퇴직할 당시에 한 달 내에는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양해를 받았으나 그때는 이미 한 달이 지난 후였다.


  나는 그동안 이란에 갈 준비로 바빴었다. 집 정리를 하고 모시고 살던 어머니를 셋째 동생에게 부탁하는 등 모든 준비를 거의 끝낼 즈음이어서 난감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사장님의 호출이 있었다. 사장님은 이란 사태가 정상으로 돌아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으니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사우디아라비아로 가서 지사도 세우고 일감도 수주해 보란다. 나는 달리 방도가 없다고 생각하고 사우디 행을 결심했다.


  당시 나는 운전을 못했는데 운전도 하고 부엌일도 할 수 있는 근로자 한 사람을 구해서 그와 함께 사우디로 떠났다. 사우디에서 몇 차례 입찰을 시도했으나 공사를 따기는 쉽지 않았다. 외국인에 대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방문비자는 석 달이 유효기간이다. 그 기간 내에 공사를 따지 못하면 다시 서울에 들어가서 비자를 재발급 받아 나가야 한다. 그런 과정을 세 번이나 겪고 네 번째 거의 일 년이 다 되어서 천여만 달러의 공사를 수주할 수 있었다. 그때까지도 이란사태는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어 나는 이제 사우디에 정착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부인과 애들은 한 달

후에 따로 사우디로 왔다.


  나는 사우디에서 여러 번 공사 입찰에 실패하고 철수하는 모 한국회사 지사의 사무기기 등을 헐값에 인수하여 우리 지사를 세웠다. 나의 가족은 이 지사 건물 2층에 숙소를 마련하여 살림을 시작했다. 사우디는 집이나 사무실에 에어컨이 일 년 내내 돌아가야 살 수 있는 곳이다. 그 당시의 시설로는 날씨가 더워서 낮에 샤워를 하려면 찬물을 구해야 했고 밤에는 물이 차서 물을 데워야 했다. 사우디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일 년 근무하면 평생 흘릴 땀의 양을 다 흘린다고 한다. 당시 사우디에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는 30만 명이 넘었고 수도 리야드에 주재하는 건설회사와 상사의 가족들은 약 500명이었다. 이들을 위해 한국 정부는 수도 리야드에 초등학교를 세우고 한국인 교사들을 파견하였다. 나의 두 아이도 이 한국 초등학교에서 공부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교 국가이기 때문에 기독교 교회 설립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포교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허가해 주었다. 우리는 한국 건설회사 현장에 있는 임시 건물을 빌려서 이슬람 휴일인 매주 금요일에 예배를 드렸다. 이곳 교회에서는 교민들이 여러가지 생활 정보를 교환하였으며 서로 가깝게 지내면서 외로움을 달랬다.


  한국인 근로자와 가족들은 매년 여름 라마단 금식 기간을 이용하여 연차휴가를 가졌다. 이 기간은 약 30일인데 그동안에는 해가 떠서 질 때까지 물과 음료수, 음식 등을 먹고 마실 수 없고 심지어 담배도 피우지 못한다. 식음은 해가 떨어진 이후 밤에만 가능했다.

  이슬람 교인들은 알라신의 축복을 받으려고 라마단 기간을 매우 성실히 지킨다. 라마단 단식은 생활이 어려운 이슬람 동족들이 배고픔을 직접 겪어보며 그들의 고통을 이해해 본다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나와 우리 가족은 이 라마단 기간에 세계 일주 여행을 했다. 우리는 싱가폴 항공과 미국의 노스웨스트 항공이 합작하여 만든 세계 일주 여행 프로그램을 선택하였다. 여행 조건은 처음 떠난 장소로 60일 이내에 돌아와야 하고 비행항로 목적지는 앞으로만 가고 되돌아갈 수 없는 것이었다. 서울 왕복 항공료보다 저렴한 이 여행 티켓은 성인 1인은 미화 1,999달러, 어린이는 성인 요금의 70%로 구입하여 모두 세 번 여행을 했다. 여행 때마다 장소를 바꾸었으며 첫 여행 일정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를 출발, 바레인–로마–베니스–프랑트푸르트–제네바–파리–런던–뉴욕–로스앤젤레스–하와이–도쿄, 그리고 서울까지였다. 서울에서는 가족들은 쉬고 나는 약 일주일 동안 회사에 출근했다. 이후

돌아오는 일정은 서울을 떠나 홍콩–방콕–싱가포르 폴–바레인을 거쳐 최종 목적지 리야드였다. 여행 기간은 30여 일 동안이었다. 그 당시 외국 항공기는 수도 리야드에 기항이 허가되지 않을 때였다.

  나는 여행하는 동안에 결혼식 때 부인에게 못 다 해준 혼수 가운데 일부를 해줄 수 있었다. 이태리 로마에서는 핸드백을,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시계를, 홍콩에서는 진주반지를 샀다. 나는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기자인 나와 결혼해 준 부인에게 비록 늦었지만 고마움을 전할 수 있어서 기뻤다.


  우리 가족들은 여행을 떠나기 약 한 달 전부터, 어느 도시에서 어떤 곳을 볼 것인지 여행 계획을 세웠다. 나는 우리가 했던 세계 일주 여행 프로그램이 세계여행을 하고 싶어하는 라구나우즈 가족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얼마 전 로스앤젤레스 모 여행사를 통해 요즈음에도 이러한 세계 일주 여행 프로그램이 있는지 문의했더니 없다고 했다. 다만 여행지와 기간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면 맞춤 프로그램을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했다.


  되돌아보니 사우디아라비에서의 나와 가족들의 삶은 하나님의 뜻으로 이루어진 복되고 멋진 추억이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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