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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백도

이 황


  세월의 흐름을 유수와 같다고도 하고 쏜살같다고 하기도 하는데, 내 느낌은 발사된 미사일 같다고 해야 적당한 표현이 될 것 같다. 1999년 이맘때쯤이 생각난다. Y2K 어쩌고 하며 세상의 종말이 올 것 같은 야단법석을 본지가 엊그제인가 하는데 벌써 6년이 훌쩍 지나갔다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 놀란다. 벌써 고국에선 추석 명절이 지났고, 이곳에도 추수감사절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추수의 계절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비단 농군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지 싶다. 나에게도 참으로 많은 것을 결실한 한 해였다. 아내가 뒤뜰에서 여름내 알뜰히 품을 내어 거둔 갖은 채소나 나물 같은 것은 물론이고, 때를 따라 정신없이 어지러이 피워준 소담스런 꽃들은 그에 못지않게 우리에게 많은 것을 풍성하게 해 주었다. 또한, 물질적인 수확 말고도 고맙게 거둔 것 중엔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몇몇 사람들과의 만남도 있다.



  그중에 하나 참으로 별일이 아니었는데도 생각할수록 입가에 웃음을 짓게 하는 기분 좋은 만남이 있었는데 그것 또한 큰 수확이라 하겠다.


  그 내용은 우스운 동화 같은 이야기로 설명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어느 음악 꽤나 좋아하는 사람이 늦은 밤, 산속에서 길을 잃어버렸는데 멀지 않은 곳에 불빛이 있어 더듬어 찾아 다가갔더니 문틈으로 불빛과 함께 베토벤의 음악이 흘러나왔다고 상황을 설정하여 놓고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 같다. 그때 그 사람의 기분이 어땠을까. 우선은 불빛이 있어 사람이 있겠구나 하고 안도하는 마음이 생겼을 것이고, 자신이 즐겨 듣던 음악이 흘러나오므로 흔하지 않은 동질성의 기쁨과 더불어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어떤 분이 이 집에 사는가 호기심도 발동하지 않았을까 한다. 나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얼마 전 나는 필요 때문에 한국의 어느 TV 방송국의 인터넷 아이디를 하나 만들려고 애를 쓰는데, 내가 외국인이고 주민등록번호가 없다보니 여의치가 않았다. 궁리 끝에 메일(E‐mail)로 문의하였더니 뜻밖에 친절하게도 누군가가 빨리 그 방법을 알려주는 회신을 보내주었다.

그분이 일러주는 대로 하였더니 아이디가 되었다고 바로 연락이 왔는데 그 일을 담당하셨던 분이 바로 그분이다. 이런 사연으로만 보면 뭐 그리 특이한 것도 아닌 것 같지만 나에게는 그렇지가 않았다. 그 아이디가 고마워서가 아니라 그와의 만남이 그렇다는 말이다. 요즘 젊은이답지 않게 친절하고 자상하면서도 신속하게 도와준 것이 고마웠다. 감사한 마음도 전하고 또 한 가지 시정할 것도 있어 다시 메일을 보내며 전에 써 두었던 수필 한 편을 고마움의 인사치레로 보냈는데, 그는 그에 대해 회답을 하며 보내준 글이 고마웠다는 말과 함께 “오늘 퇴근길에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백도 복숭아를 사가지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란 추신도 함께 보내온 것이다. 이것이 사건 내용의 전부다.


  나는 이분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다니는 직장과 이름뿐이고 3번의 메일이 오고간 사실밖에 없다. 짐작으로는 미혼의 아름다운 젊은 여성인 것 같다. 그럼에도 이 분이 나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것은, 별것 아닌 것을 보고도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이 예뻐 보였기 때문이고,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것을 알고 그것으로 즐겁게 해 드릴 줄도 아는 가상한 마음의 소유자이리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분이 내가 효도하는 사람을 예뻐한다는 것을 알 리도 없고 나에게 예뻐 보일 필요도 없는데 그와 같은 말을 한 것을 보면 참 기특하지 않은가?


  요 며칠 사이 고국에서 들려온 몇 가지 소식이 나를 우울하게 했다. 앞 못 보는 아버지의 돈을 강도인 양 속여 강탈한 아들의 이야기나, 6.25 때 조건도 없이 우리에게 먹을 것과 피와 또 많은 젊은이의 죽음으로 도와준 우방의 군 지휘관의 동상을, 부모 같은 어른들의 간곡한 만류는 들은 척도 아니하고 철거하겠다고 아우성을 쳐대는 이야기다. 이러한 세태에 그를 알게 되어 그런지 그가 군계일학인 양 돋보였음은 사실이다.


  말이 났으니 말이지만, 요즘의 아버지들! 참으로 가엾지 않은가. 어릴 적엔 일제의 핍박으로 잘 얻어먹지도 못했고, 한참의 성장기엔 6.25의 와중에 제때 배우지도 못했고, 정치적이나 경제적으로 빈곤한 국가의 현실은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각박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바로 그 사람들이 아닌가. 위로는 어른들을 모셔야 했고, 아래로는 자식들로부터 치받치는 사회의 분위기에서 국가의 발전과 가정의 보호, 양육이란 두 가지 무거운 책임까지 양어깨에 메고 지금까지 달려온 역전의 용사들! 박수 받아 마땅하나 자라난 아이들은 저 혼자 자란 양 부모를 우습게 보는 나쁜 풍조까지 만연하다 보니 부모나 어른의 말은 뉘 집 개가 짖느냐는 식으로 변해버린 세상이 안타까워 속이 상한다.


  아버지들이 지금은 좀 쉬어야 하고 위로받아야 할 세상이 아닌가. 성경엔 하나님이 사람에게 10가지 계명을 주셨는데, 사람들 서로 간에 지킬 것 6개를 주시며 제일 먼저 지켜야 할 것으로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것을 꼽으셨다. 그렇게 하면 오래 사는 복을 주겠다고 강조까지 하셨다. 그만큼 부모나 어른을 공경하는 것이 사람이 해야 할 으뜸 도리라는 것을 일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더욱 그분과의 만남이 너무나도 귀하게 느껴졌나 보다.


  금년에 얻은 여러 가지 많은 수확에 감사하며, 내가 만난 그분같이 일상의 일들로도 부모를 떠올리고 행동으로 즐거움을 선사하는 젊은이들이 많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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