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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이사 간 엄마

박 귀 옥


  어머니날이 들어있는 5월이 오면 제일 먼저 엄마 생각이 난다. 41살 엄마의 꽃상여가 집을 나서던 날, 다섯 살배기 막내 남동생은 “우리 엄마는 산으로 이사를 간대요.” 하면서 어찌나 신나 하던지...... 어쩌면 나의 호스피스 환자 간호는 50여 년 전 암으로 돌아가신 엄마로부터 시작된 셈이다. 병원에서 더 이상의 치료가 불가능해 집으로 퇴원해 온 엄마의 간호는 11살이던 내가 맡았다. 언니와 오빠는 도시에서 학교와 직장을 다니며 주말에야 엄마를 보러 왔다. 어린 마음에 진통제를 자주 먹으면 엄마가 영영 깨어나지 못할 것만 같아 엄마의 신음소리에 짐짓 무관심했던 기억이 호스피스 환자를 간호하며 아픈 기억으로 되살아나 가끔씩 마음이 저리다.


  엄마는 나보다 더 가난한 이웃에게 간장 한 병, 된장 한 사발이라도 나누려 애쓰던 부지런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었다. 다른 이웃이 보지 않는 캄캄한 밤에 엄마는 내 손을 잡고 긴 보리밭 길을 지나 쓰러질 듯 서 있던 초가집의 젊은 아기엄마에게 먹거리를 자주 전해 주었다. 엄마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올 때의 뿌듯했던 그 마음이 아직도 생생하다.


  며칠 동안 말기 간경변증 환자인 독일 여자 발레리를 간호하고 있다. 올해로 57세가 된 발레리는 최근 들어 불안증세와 환각증세가 심해져 안정이 될 때까지 24시간의 지속적인 간호가 필요하게 되었다. 귀가 들리지 않아 글을 쓰거나 입술 모양을 읽어 의사를 통해야 하는 발레리.

바짝 마른 몸에 코끼리 다리처럼 부어오른 두 다리와 자신의 말대로 축구공 하나가 뱃속에 든 것처럼 부풀어 오른 배를 안고 무엇이든 자기가 할 수 있다고 고집을 피우다가는 나를 끌어안고 흐느껴 울기도 한다. 발레리가 병원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나를 자신의 방으로 데려갔다. 어질러진 서랍장 안에 타월로 겹겹이 싼 꽃무늬 커피잔 하나와 쟁반이 엄마의 유품이란다.


  발레리에게 안정제와 통증을 호소하는 다리 때문에 진통제를 같이 주었다. 침대에 누운  그녀에게 두 팔로 크게 하트를 그려 보이니 아이처럼 활짝 웃으며 자기도 두 팔을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려 커다란 하트를 만들어 보인다. 발레리처럼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이란인 남편 하미드는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식당에서 일을 하고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가져와 냉장고에 채워 놓는다. 가난해도, 병들어도, 마주 보는 웃음이 해맑은 발레리와 하미드는 지금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들이다.


  재산 다툼으로 아내와 자식들이 등을 돌리고 그림같이 드넓고 아름다운 저택에서 홀로 쓸쓸한 죽음을 맞고 있는 78세의 은퇴한 사업가, 브렌트를 만났을 때의 마음은 어찌나 참담하던지......


  언젠가 팔레스타인인 환자 집엘 갔을 때다. 방안에 켜놓은 TV에서 궁 궁 궁 높낮이가 별로 없는 음악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거실에는 소리를 질러대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결혼한 아들들이 하루씩 교대로 집으로 와 돌보고 있었다. 창가의 소파에 붙박이처럼 앉아 쉴 새

없이 자신의 이름을 불러대는 남편의 음성이 들릴 때마다 환자인 아내는 방안의 병원 침대에 누워 약 기운에 깜박 잠이 들었다가도 화들짝 놀라 눈을 떴다. 그러고는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병에 걸려 죽게 되어 더이상 너를 도와줄 수 없으니 내 이름을 그만 부르라고 문밖을 향해 소리친다. 자신이 병에 걸린 것을 알기 전부터 치매가 시작된 남편을 돌봐온 아내......


  엄마가 그동안 너무 많이 힘들었을 거라며 아들이 옆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나는 아들의 커다란 등을 쓸어주며 엄마를 잘 돌봐 주겠다고 약속해 주었다.


  엄마의 기억은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애틋한 건 아닐까? 세월이 흐를수록 어머니날이 달력 속에 들어있는 5월이 되면 더욱 ‘산으로 이사 간 엄마’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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