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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사랑

양 정 애


나의 지난날을 글로 쓰는 시간이다. 진실하게 살아온 사람,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사람, 들려줄 이야기가 있는 사람이면 생명력 있는 글을 쓸 수 있다고 했던 누군가의 말이 떠오른다.


  그이가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두 해가 되어 오니 새삼스럽게 함께 지냈던 50여 년의 세월이 그리워진다. 나의 힘들었던 대학 시절, 결국은 고학으로 졸업하게 되던 어느 날 오빠 친구의 소개로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 부유한 지주의 막내로 태어난 나는 호강을 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으나 6.25 사변으로 인해 처참할 만큼 어려운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그 사람이 나를 선택한 이야기는 아마 그이가 아니고는 아무도 생각할 수 없는 특별한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이를 만났을 때의 나의 처지는 너무 보잘것없었으나 그이는 오히려 그토록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개척해 갈 수 있는 정신력과 바른 생각을 하는 나를 만나게 된 것이 하느님의 특별한 축복이라고 했다. 나 역시 만날 때마다 매사를 대하는 마음과 행동이 남다르게 듬직한 그이에게 차츰 호감을 갖게 되었다. 공군 군의관 대위였던 정복 차림의 그이가 참으로 든든했고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기에 더욱 믿음직했었다.


  그 당시 나는 결혼할 형편이 아니었으나 어머님을 갑자기 여윈 그이는 혼인을 서둘렀으며, 우리 가족들도 좋은 신랑감을 놓치지 않으려고 내가 졸업하던 해인 1962년 결혼을 허락했다. 우리의 만남은 열정적인 사랑보다는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었던 듯, 50여 년을 큰 갈등 없이 지낼 수 있었던 것도 다 그 때문이려니 한다.


  생각하면 그이는 참으로 좋은 남편, 훌륭한 아버지, 그리고 병으로 고통받는 많은 이들에게 더없이 자상한 의사였었다. 나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보람 있게 살아왔다. 내 인생에 몇 번이나 좌절을 겪었고 매일 안간힘을 쓰며 지내 온 세월 동안 그이는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불평불만이 많았던 내가 매사에 감사할 수 있게 되었고 나 자신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사람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2012년 금혼식에서 그이는 지난 이야기와 더불어 우리의 결혼을 결정한 자신의 판단이 옳았었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무척 행복하다고 했었다. 그이와 살았던 때를 회상하면 내가 그이의 기대에 어긋날까 염려되어 나 자신을 더 닦달하고 못살게 굴었던 것 같다. 그때는 무척 많은 기회와 희망이 내 앞에 훤히 보였다. 잘살아 보겠다는 무모한 욕심으로 나는 이런저런 꿈을 이루려 노력했고 나 자신의 인생까지도 무언가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결국에는 자식과 남편을 위해 내 인생은 내려놓고 사는 것이 그이를 위한 나의 도리라고 여겼었다. 그러다가 나는 진정한 행복을 잃어버린 사람이 되고 말았으나 끊임없이 도전했다.


  나는 지금 그이와 함께 이루어 놓은 가족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다.  가족은 딛고 설 바탕, 기댈 수 있는 안전한 버팀목이었음을 그이를 잃은 후 절실히 깨달았다. 가족의 뒷바라지, 사랑, 염려가 없다면 지금 내가 무엇을 가졌다 할 수 있겠는가. 물론 친구들과 주변 여러분의 위로는 많은 힘이 되었다. 그러나 나를 떠나지 않고 항상 지켜봐 주며 누군가가 함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가족의 사랑은 돈도 명예도 줄 수 없는 정신적인 안정감을 준다.


  그이의 기침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이는 타인에 대한 완벽한 책임감을 경험하고 싶고 가장 심오한 사랑의 유대를 갖고 싶다면 자식을 길러 봐야 한다고 식구들이 모일 때면 자주 이야기를 했었다. 그이는 떠났지만, 항상 바르게 자라도록 기도와 사랑, 가르침으로 이끌어준 훌륭한  아버지 덕분에 우리 삼 남매 가족은 화목하게 살며 모두 제 몫을 열심히 하고 있다. 우리 둘이서 시작한 한 가정이 이제는 15명의 대 가족이 되었다.


  그이는 분명 영원히 가족과 함께하기를 바랐던지 오래전에 우리의 묘 옆에 가족의 자리까지 준비해 두었다. 우리와 작별할 때도 흩어져 사는 삼 남매의 가족들이 어려움 없이 모두 만나게 해주고 싶었던지 손자 손녀들의 여름 방학 동안 떠나시면서 환송을 받으셨다.


  나는 이제 그이가 남겨준 모든 지식과 지혜를 모아 내 삶의 새로운 기틀을 마련해야겠다. 그이의 반려자로서 부끄러움 없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믿음으로 나날을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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