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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애인

김 민 정


  결혼을 한 사람이든 하지 않은 사람이든 옛날 애인, 그것은 현대의 애인이나 남편 또는 부인이 되지 못한 그런 인연의 사람들을 한두 명쯤은 가졌을 것이다.

  그 인연이 얼마나 길었고 또 얼마나 깊은 인연이었는지에 따라 옛 상대자에 대한 기억인 그리움의 양이 달라질 것은 당연한 일로, 특히 지금 40대 이후의 사람들은 그 당시 집안의 반대로 혹은 군대라는 장애물로 끝내 이루지 못한 연애의 경험들이 많을 것 같다.


  결혼을 하고 나면 현재의 생활에 만족을 하든, 하지 않든 간에 상관없이 가족들과 더불어 희로애락을 함께하게 되고 또 그러다 보면 한가하게 옛날 애인을 생각할 시간의 여유가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누구나 날이면 날마다 지나간 연인을 생각하며 살지는 않는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마침 그때 그 사람과 함께 만났던 다방에서 자주 들었던 노래라든가, 아니면 연속극의 내용이 자기의 사연과 너무 비슷하다든가, 어떤 사람이 옛날 애인의 모습과 너무도 비슷하다든가, 아주 사소한 느낌이 가끔 잊어버렸던 그 사람을 잠깐 떠올리게 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연애를 한 번도 해 보지를 못해서”하는 사람, 특히 그렇게 말하는 여자들을 가끔 만나게 되는데 얼마나 매력이 없었으면 그 감미로운 연애 한 번을 못해 보았을까 하며 불쌍한 생각이 들게 한다. 또 어떤 친구는 피눈물 나는 3년간에 걸친 사연을 새벽 2시까지 줄줄이 이야기하는 친구도 있고, 집안의 맹렬한 반대로 이루지 못한 사랑을 21년 동안이나 못 잊고 있다가 21년 만에 한국에 나가 그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사람은 이 분을 보자마자 두 손을 감싸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고 하니 이 두 사람의 사랑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짐작하고도 남지 않겠는가?


  아! 진실한 사랑이란 이렇게도 오랜 세월을 잊지 못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 두 사람의 남편이나 부인은 마음속은 딴 곳에 가 있는 사람과 함께 살아온 것일까? 그러나 결혼생활이란 불꽃같은 열정이 없이도 별 불편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이리라. 이렇게 깊고도 깊은 사랑의 기억들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서울 또는 뉴욕 어느 한 도시에서 함께 살아가지 않는 것이 천만다행이지 만약에 가까운 곳에서 살았더라면 누가 알랴, 주간지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좋은 인연은 피하여 간다는 옛말도 있지만 옛날에 남자들 그 군대라는 것 때문에 애인들을 놓치고 여자들 역시 애인의 입대 때문에 본의 아니게 배신자들이 되어 버렸다. 그때는 여자가 24, 25세만 넘으면 그 값어치가 떨어져 버린다고들 생각하였기 때문에 가족의 등쌀에 자신의 나이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애인을 배신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배신자가 되어 미국으로 시집을 오게 된 여자들도 많이 있을 것 같다. 반대로 배신을 당한 쪽에서는 미국 가서 얼마나 잘 사나 두고 보자며 쓴 잔만을 들이킨 남자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배신을 하고, 또 배신을 당하고, 현재의 가정을 이끌어 가느라 무슨 정신에 옛날 애인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집도 하나 장만하고 아이들도 어느 정도 자라고 거기다 부부 사이가 시큰둥해지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옛날 애인이 떠오르기도 하고 또 궁금해지기도 하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이렇게 단정 지울 수만은 없지 않은가.

  궁금함, 알고 싶은 것 이것이 무슨 감정의 시초인지…… 그리고 어느 순간 우연히 옛날 애인과 마주칠 수는 없을까? 그러나 여자라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완전히 정리 정돈이 되어 있을 때 말이다.


  한 친구는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날은 유난히 피곤하고 가게에서 종일 불쾌한 일만 생겨 심란한 기분으로 서브웨이를 타고 집으로 오는데 하필이면 청바지 차림에 허름한 스웨터 차림의 복장을 한 그 날, 그 옛날 열불 나게 연애를 하였던 그 사람을 같은 서브웨이 안에서 마주쳤다고 한다. 그 순간 그 사람에 놀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옷차림과 얼굴이 너무 창피하여 아무  정거장에서 내렸는데 그 이후로 한 번도 청바지를 안 입었다고 하는데…… 얼마나 여자란 요물 덩어리인가.


비록 본인이 먼저 배신을 한 사람일지라도 아직도 그 사람이 자기를 잊지 않고 있기를 바라고 또 아름답게 보이고 싶어 하니 말이다. 그 친구는 한국 마켓을 가거나, 교회를 가거나, 혹시나 한 번쯤 만나게 될 것같은 착각에 젖어 있다고 하며 과히 나쁜 기분은 아니야 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때 서브웨이에서 그 남자는 옛날 애인을 보는 순간 과연 옛날 여자에게 어떻게 보이고 싶은 것이었을까? “아 나는 이만큼 성공했지. 그 옛날 네가 나를 버렸지만 나는 이렇게 성공했지.” 뭐 그런 것일까? 그렇다면 보기 싫어진 여자, 돈을 벌지 못한 남자들은 옛날 애인에 대한 추억도 없어졌을까?


  나의 남편은 얼마 전에 한국에 나가 우연히 첫사랑 애인을 만났다고 한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보통 여자들처럼 화가 난다든가, 질투가 난다든가 전혀 그런 불쾌한 기분이 아니었다. 다만 내가 씁쓸한 것은 남편이 옛날 애인을 보았는데 정말 실망을 하였다고 한다. 그 이유는 첫사랑 여인이 너무 늙어 버렸다나. 진실한 사랑은 늙었다고 식어 버리는건지……. 나는 차라리 남편이 그 여인을 보는 순간 가슴이 설레고 흥분이 되고 꿈결 같은 기분이었다고 말해 주는 것이 좋았을 것 같다.


  그것은 이 삭막한 생활에서 누군가를 보면 기분이 좋고 황홀하다는 것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지 않을까? 그렇다고 갑자기 옛날 애인 때문에 나와 아이들을 버리고 두 사람이 살겠다고 용기를 내지 않을 것은 뻔한 사실인데 말이다.


  무엇이 생활을 지치게 만드는가?

  그것은 아름답고 황홀한 사랑의 결핍 때문이다.

  옛날 애인이란 잠재하고 있는 남성다움, 여성다움을 들추어 내주고 생활에 활력을 줄 수도 있는 존재인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 옛날 애인을 만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한 친구는 환갑이나 되어 한 번 만나기로 하였다며 깔깔거리던 생각이 난다.


  지금 함께 살아가고 있는 동반자들을 서로 이루지 못한 옛날 애인으로 생각하며 장미꽃 몇 송이를 주고받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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