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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내게로 오던 날

이 명 하


  음랭한 겨울 날씨다. 창밖을 내다보니 하늘은 온통 잿빛이다. 쌀쌀한 바람이 거센 파도와 함께 언덕을 휘돌며 몰려든다. 앙상한 나뭇가지 위에 목을 움츠리고 앉아있는 새들이 몹시 가련해 보인다. 찬바람에 시달리듯, 이 구석 저 구석으로 쓸쓸히 굴러다니는 낙엽들의 슬픈 울음소리

가 내 귀를 적신다.

  외로이 창가에 서서 멀리 태평양을 바라보는, 약도 없는 그리움이라는 병에 시달리고 있는 고독한 나의 그림자. Puccini 작곡인 오페라 Madam Butterfly의 주인공이 떠오른다. 아름다운 아리아 “어떤 개인 날”을 조용히 불러본다. 문뜩 전화벨이 울리는 듯, 출근 후 들려오던 남편의 다정한 목소리……

  “오늘 날씨가 쌀쌀해. 꼭 외출할 일이 생기면 든든히 입고 목을 잘 싸매고 나가.”

  항상 몸이 약하여 세심하게 보살펴 주던 사랑하는 남편의 따스함이 오늘따라 유난히 가슴 저리게 다가오는 그리움. 한 편의 시가 되어 내게로 왔다.


                                              바람이 가져온 편지

                                                                     이 명 하




                              바람이

                              언덕 위 휘돌며 올라온다

                              덜컹 덜컹

                              두드리는 무거운 소리

                              현관문 열자

                              싸늘한 바람

                             낙엽 한 장 배달하고 떠나간다

                             외출 시 목을 잘 싸맬 것

                             식사 잘하고

                             운동 열심히 할 것

                             제시간에 약 챙겨 들 것


                            그리고

                            가슴속에 새겨둔 이 말 한마디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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