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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단편소설 - 철새 (2/3)

2019.08.16 10:44

김일홍 Views:188

[1에서 계속]


아이들이 다니는 인민학교에서였다.

큰 아들 형준이는 인민학교 4학년 졸업반이고 둘째 인준이는 인민학교 2학년이다. 대부분의 인민학교 아이들은 소년단의 상징인 빨간 마후라를 목에 거는 것을 갈망한다. 그래서 소년단 입단 경쟁은 대단하다. 당 간부 자식들이 우선권이 있어 다 차지하는데 소년단원이 되면 중학교에 올라가서 사로청에 쉽게 들어 갈 수 있고, 이런 과정을 거쳐 김일성 대학에 들어가 졸업을 하면 북한 사회에서는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아이들은 우선 소년단 입단을 열망하지만 그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공산주의 국가들은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 숨은 영웅 만들기 작업을 해왔다. 이 작업은 스탈린 시대의 유물인데 무지한 인민들과 순진한 어린아이들을 선동해 누구나 당을 위해 앞장서면 영웅이 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이런 방법으로 소련 공산당은 순진한 학생들이나 무지한 농민들을 세뇌시켜 영웅을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

한 시골의 소년 모로조프는 아버지가 반혁명 세력인 부농 클라크와 친밀 하다는 사실을 공산당에 밀고한다. 소련 공산당은 가차 없이 아버지를 처형한다. 이에 분노한 가족들은 아버지를 고발한 아들 모로조프를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소련 공산당은 이 소년의 죽음을 혁명을 위한 죽음이라고 높이 떠받쳐 사회주의 소년 영웅으로 만들어 칭송하는 계기를 만든다. 학교 운동장에 모로조프의 동상을 세우고 소련의 모든 소년. 소녀들에게 숨은 영웅 모로조프를 따라 배우라고 강요한다. 숨은 영웅 만들기는 소련의 전 지역으로 확산되었고, 공산국가들에게 유입되었다. 이런 숨은 영웅 만들기 작업은 사람과 사람 간에 불신을 조장하고 그로 인해 가정은 파괴되고 두려움에 살아야 하는 공포의 사회를 만들었다. 소련 영웅 모로조프를 따라 배우자는 모델은 북한의 노동당 산하의 모든 기관에서도 자행되었다. 북한의 인민학교 소년단에서도 앞장섰다.

형준이가 다니는 인민학교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의 혁명은 완성되지 않았다. 낡은 사상을 뿌리 뽑자. 구호를 부르며 소년. 소녀 단원들이 앞장을 섰다.

당 간부의 아들인 한 학생이 자기 아버지가 일제 시에 친일파였다고 고발을 해서 학교가 발칵 뒤집어진 사건이 있었다. 이 사실은 곧 당에 보고되었고 당에서는 왜 여태껏 그런 반동분자를 색출해 내지 못했느냐고 숙청 바람이 불었다. 이런 일이 각 학급별로 번져 나갔다. 전교학생이 교단에 서서 자아비판을 했다. 한 학생이 한 건씩 문제를 제기해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어린 아이들은 교단에 서서 할 이야기가 없었다.  아이들은 이야기 거리를 찾기 위해 자기네들의 집 문제를 뒤집기 시작했다. 어떤 학생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린다고 고발하는가 하면 어떤 여학생은 누가 누구와 부화방탕을 한다고 고발을 했다. 아들이 아버지를 딸이 어머니를 고발하는 형국으로 치달았다. 부모 자식 간 사랑의 연결 고리를 끊어 버리고 가정을 파괴하고 불신의 사회를 만들었다.

 

오늘 형준이는 소년단 회의에서 자아비판을 해야 할 차례이다.

그런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형준은 걱정이었다. 모든 아이들도 그렇듯이 말할 것이 없었다. 하여간 무엇이든지 비판을 하라고 다그치는 데는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거짓말을 꾸미거나 혹시나 자기 집에 이상한 것이 없나 찾아보게 되는데 어린 아이들은 순진해서 집안의 비밀이 큰 재난을 불러오게 될 것도 모르고 교단에서 자기 집의 비밀을 폭로하는 것이다. 형준이는 어머니가 가끔 낡은 가죽 책을 읽는 모습이 떠올랐다. 숨겨가며 읽는 책이 성경책이라는 것, 그러다 눈을 감고 중얼거리는 것은 기도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형준의 생각으로는 이 자리에서 그것밖에 이야기할 것이 없다.

 

“우리 집 어머니는 성경책을 읽으며 기도를 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엄청난 일이었다.

최송식 가정이 완전히 파괴되는 벼랑으로 떨어지는 순간이다.

“동무 어머니는 예수교를 믿소?

소년단원이 힐책했다.

“아닙니다.

“그럼 성경책하고 기도는 뭐요? 성경책을 당장 가지고 오시오.

형준이는 할 말을 잃었다.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분위기를 느꼈다.

“우리 공화국에서는 제국주의 잔재인 예수교가 없어진 지 오래요.

그날 저녁 식구가 모인 자리에서 형준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최송식은 할 말을 잃었다. 집은 침묵으로 캄캄했다.

아내는 울기만 했다. 이렇게 심각할 줄 몰랐던 형준은 눈만 껌벅거리고 있었다. 인준은 손가락을 입에 물고 손톱을 뜯고 있었다.

최송식은 틀림없이 당에서 어떤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 생각했다.

노동당 입당은커녕 낚시 배를 관리하는 자리도 떨어져 나가리라 생각을 하니 앞이 암담했다. 그뿐인가 당을 기만했으니 아오지 탄광으로 쫓겨 갈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제는 북한에서 살길이 막연해졌다. 오늘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 노동당에 보고되기까지는 시간이 있으리라. 최송식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며칠 전 평양에서 고위 당원이 낚시하러 원산으로 내려온다고 해서 낚시 배를 깨끗이 청소하라는 지시를 받고 청소를 해 놓았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고 태풍이 온다는 예보에 배가 바다에 나갈 수 없게 되었다. 최송식은 하늘이 준 기회라고 생각했다. 시간을 끌면 아오지 탄광행이다. 그 곳으로 가면 죽음이나 마찬가지다.

그래 떠나자. 우리가 살 곳은 남으로 가는 것이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했다. 오늘 거행하리라 마음을 다짐하고 최송식은 비를 맞으며 부두가 낚시 배로 향했다. 최송식은 집을 나서며 아내에게 남으로 떠날 차비를 해 가지고 밤 10시경 좀 지나 아이들과 같이 부둣가 배로 나오라고 일었다.

바다는 험악했다. 산 같은 파도가 제방을 넘어 촘촘히 모여 있는 배들을 한 입에 삼킬 듯 덮쳤다. 검은 물체들이 파도에 놀라 춤을 추었다. 최송식은 몸의 중심을 잡아가며 조심스레 배 갑판위로 올라갔다. 조타실에서 희미한 불빛이 흘러나왔다. 기관실을 맡아 일하는 허동진일거라고 생각했다. 동진이는 금년 초 고등중학교를 졸업하고 기관실 담당원으로 들어왔다. 동진이는 집보다 배가 편하다며 배에서 살다시피 했다. 오늘은 동진이를 집으로 돌려보내리라.

아니면 설득을 해보리라. 조타실 가까이 다가갔다. 창문 앞에 서서 안을 드려다 보았다. 흐릿한 불빛이지만 눈앞에 선장 동무의 얼굴이 들어왔다. 가슴이 섬뜩했다. 선장 동무가 이 시간에 웬일일까? 태풍이 몰아치는 이 시간에 왜 나와 있을까? 일이 꼬이는 것 같아 불안했다. 선장은 동진과 무슨 말을 하는지 주거니 받거니 다정하게 보였다. 안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니 이들은 술을 마시고 있었다. 선장 동무는 한 손은 술잔을 들고 한 손은 옆 벽의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동진은 술병을 들고 선장 동무한테 술을 따르고 있었다. 이들은 배가 기우뚱 할 때마다 쓸어 질듯하다 일어나곤 했다. 오뚝이 같았다. 최송식은 난감했다. 어쩌나 생각을 하다 하여간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하고 문을 벌컥 열고 들어섰다. 물보라와 바람이 조타실로 안으로 쳐들어왔다. 선장과 동진은 술잔과 술병을 들고 있다가 무슨 비밀이 들통 난 듯이 최송식의 출현을 보고 흠칫 놀란다.

“아니, 최 동무 웬일이요?

선장 동무가 갑자기 나타난 최송식을 보고 놀라며 말한다.

“배가 이상이 없나 해서 나왔습니다. 동진도 나왔군?

최송식은 흔들거리는 조타실의 키를 잡고 허세를 부렸다.  

“여기는 괜찮으니 동무는 들어가시오.

선장이 말했다.

“선장 동무가 들어가시고 내가 배를 지키겠소.

최송식은 선장을 돌려보내야만 모든 일이 순조롭게 되리라 생각했다. 얼마 있으면 아내와 아이들이 오고 그러면 문제가 더 커질 것이 틀림없다.  동진은 자신이 하라는 대로 할 것이라고 믿었다.

“최 동무! 집에 들어가라니까.

 선장은 신경질적으로 눈 꼬리를 치켜세우며 최송식을 쳐다보았다.

최송식은 언뜻 이들이 자신을 빼돌리는 느낌이 들었다. 당에서 선장한테 무슨 연락이 갔나, 아니면 배를 지키라는 지시가 있었는가? 전에 없었던 선장의 행동에 최송식은 의아했다. 난감했다. 어떻게 할까 궁리를 하는데 파도가 벼락 같이 배를 쳤다. 배가 뒤집힐 것 같이 출렁거렸다. 최송식은 조타실의 키를 꽉 잡고 있었다. 조타실 키 옆 벽에 걸어 놓은 쇠갈퀴가 눈에 들어왔다. 고기를 낚아 올릴 때 사용하는 쇠갈퀴다.

“형님, 술 한 잔 하시라요.

분위기가 이상했는지 동진이가 흔들거리는 몸의 중심을 잡으며 술잔을 최송식에게 건넨다.

“그래 한잔 하지.

최송식은 술잔을 받아 들고 비틀거리며 술을 마셨다.
“자 선장 동무도 한잔 하시구래.

최송식은 술잔을 선장에게 넘겼다. 파도 소리와 함께 옆의 배와 부딪치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해치워야지 최송식은 선장을 해치워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조타실 안은 냉랭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선장도 어떤 느낌이 오는지 몸을 사리고 있었다. 동진도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눈치를 살폈다. 최송식의 얼굴엔 살기가 품어 있는 듯 보였으리라. 술은 바닥이 나고 빈 병이었다. 선장이 문고리를 잡고 일어서려는데 또 한 차례의 파도가 배를 덮쳤다. 선장과 동진이가 한 몸으로 나동그라 떨어졌다.
“아버지, 우리 왔어요.

그 때 조타실 문이 열리며 비바람과 함께 큰놈 형준이가 들어섰다.

선장과 동진이가 놀라며 최송식을 올려다보았다. 최송식은 손에 쇠갈퀴를 들고 있었다. 모든 것이 순간으로 이루어졌다. 하늘이 두 갈래로 찢어지듯 천둥이 번쩍 치는 순간 최송식의 쇠갈퀴는 선장의 목에 박혔다. 아들 형준이를 보는 순간 이상한 용기가 솟았던 것이다. 삽시간의 일이었다. 선장의 목에서 피가 뿜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 사이 믿었던 동진이가 최송식을 덮치는 것이 아닌가. 최송식은 매사에 동진이를 친동생처럼 대했다. 동진은 최송식보다 아내를 형수님이라고 부르며 따랐다. 그런데 결정적인 순간에 동진은 적으로 변했다. 그렇다면 당에서 최송식을 감시하라고 동진이를 배에 박아놓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새끼가.

최송식은 당황하고 겁이 벌컥 났다. 동진의 힘이 보통 센 것이 아니었다.  

“동무 이런 법이 어디 있어요. 그레 선장 동무를 죽에요.

말부터가 달랐다. 매사에 형 형 하더니 동무로 변했다.
“너, 와 이러네, 할 수 없다. 우리 둘 중에 하나는 죽어야 돼.

최송식은 답답했다. 믿었던 동진이가 이럴 줄은 몰랐다. 차분히 말을 해서 남으로 같이 가자고 설득할 참이었다.

“동무는 반동분자야. 선장 동무를 죽이다니.

동진은 최송식의 다리를 잡아당겨 쓰러뜨리고 가슴 위에 올라타 목을 졸랐다. 동진은 힘 넘쳤다. 최송식은 숨이 칵칵 막혔다. 눈이 가물가물거리고 힘이 쭉 빠지며 아련했다. 생각지도 않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아들이 아버지를 부르는 소리만 가늘게 들렸다.  

그런데 위에서 목을 조이던 동진의 몸 동아리가 힘없이 옆으로 푹 꼬꾸라지는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인가 싶었는데 아내가 도끼를 들고 멍청이 서있는 것이 보였다. 아내가 도끼로 동진의 뒷머리를 내려친 것이다. 그것도 머리 정수리를 후려쳤다. 작살에 잡아 올린 고기가 피를 토하듯 선실 안에는 피가 흥건히 고이기 시작했다. 기진해진 최송식은 정신을 가다듬었다. 우선 아내와 두 아들을 안전하다고 생각한 배 밑창 고기를 넣는 밀폐된 공간에 밀어 넣고 뚜껑을 닫아 버렸다. 바닷물이나 빗물이 새어 들지 않는 곳이다. 그리고 잽싸게 기관실로 내려가 시동을 걸었다. 파도가 엔진 소리를 잠재웠다. 묶어 놓은 밧줄을 칼로 끊었다. 배가 밀렸다 쏠리는 파도에 배 틈새를 비집고 빠져나갔다.

최송식은 조타실에 들어가 키를 잡고 뱃머리를 돌렸다. 일단 항구를 빠져나가야 한다. 배는 파도와 같이 춤추며 살금살금 물결을 따라 떠내려갔다. 배가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안간힘을 쓰며 키를 감고 풀었다. 앞에 불빛이 보이는 막사가 인민군 초소이다. 발각되면 끝장이라는 긴장 속에 인민군 초소를 비껴갔다. 멀리서 헤드라이트가 빙빙 돌며 주변을 내리 비쳤다. 불빛은 파도 속으로 파묻혀 빛을 잃고 있었다. 헤드라이트의 위력은 약했다. 파도와 함께 떠내려가는 배를 찾을 수가 없었다. 배는 파도의 힘으로 원산 앞바다까지 흘러나왔다. 몰아치는 태풍에 조각배는 한 낱 낙엽이었다.

어디로인지 방향 없이 떠내려가고 있었다. 최송식은 조타실 키만 잡고 꼼작 않고 서있었다. 발밑이 끈적거렸다. 시체가 토해 놓은 피였다. 그제 서야 좀 전의 일들이 되살아났다. 이들을 치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런 생각 없이 사자들을 끌고 바다로 떨쳐버렸다.

별 볼일 없는 고기를 낚았다가 다시 바다로 내 팽개치듯 두 사체를 바다 속으로 수장시켰다. 모든 일이 끝났다. 이제 어디로 가는 것만 남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하늘이 부옇게 밝아 왔다. 빗발이 약해지면서 태풍이 잠잠해졌다. 멀리 지평선도 눈에 들어왔다. 가물가물하는 의식 속에 확성기 소리가 들렸다. 그 후 일어난 일들은 더 이상 알 수가 없었다.

최송식 배가 북방 한계선을 넘어 남쪽지역으로 들어오자 남한 해경함정이 배의 소속을 응답하라고 확성기로 소리를 지른 것이다. 최송식은 점점 의식이 꺼져가고 있었다. 한국 해경 함장이 배를 확인하고 배를 속초항으로 유인할 때 최송식은 조타실에 쓸어져 있었다.

배 밑창에 들어간 아내와 두 아이들은 서로 꼭 껴안고 쓸어져 있었다. 얼마나 배가 로링을 했는지 이들은 의식을 잃은 채 시체로 변해 있었다. 구급차가 이들을 싣고 병원으로 떠났다. 최송식은 얼마 후 깨어났다. 일주일 후에야 아내와 두 아들이 깨어 날 수 있었다.

기적 같은 일이었다. 장례식을 치러야 한다고 했는데 이들은 환생을 한 것이다. 어느 정도 회복이 되어서 최송식은 귀순 동기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선장과 기관원을 살해하고 귀순했다는 말이 애매했지만 아내와 아들의 증언에서 사실로 인정 귀순자로 판정을 받고 귀순자 보상법에 의해 보상을 받았다. 그러나 그 시기에 이수근의 판문점 탈출로 최송식의 귀순은 빛을 보지 못했다. 최송식은 가지고 온 배의 보상을 받아야 하는데 받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했다.

“조정관님 지금 그 배가 속초의 반공 전시관에 있습니다.

그제서야 나는 최송식이 간첩이 아니라 북에서 어떻게 되었든 간에 의거 탈출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내는 어떻게 되었소?

나는 최송식의 아내가 궁금했다.

“거의 죽었다 살아났지요. 회복기가 꽤 오래 걸렸습니다. 원래 그 사람은 허약했습니다. 깜짝깜짝 놀라고, 심장병도 있고.

“아이들은 건강해요?

“네, 아이들이라 회복이 빨랐어요. 지금 큰놈은 고등학교에 다니    고 작은 놈은 중학교에 다닙니다.

“큰 놈이 북에서 소년단 자아비판에서 어머니를 고발한 놈이요?”  “예, 그렇지요.

“그놈이 남으로 오는 길을 텄군요.

“그렇게 됐디요.

우리는 서로 쳐다보며 웃었다. 비는 계속 양철 지붕을 때렸고 술도 먹을 만큼 먹었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났다.

어느 날 최송식은 나를 찾아와 교재 편찬위원을 그만 두겠다고 하며 사표를 제출했다. 나는 좀 의아했지만 그 진의를 물었다.

“딴 뜻은 없고요, 사업을 좀 해볼까 합니다.

남한에서 자본주의 물을 먹다 보니 돈 맛을 알았는지 사업을 하겠다고 하니 기가 찼다.

“사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요.

나는 잘라 말했다. 그런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사업을 한답시고 말을 하면서 뒤로는 브라질로 이민을 가기 위해 수속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 이 친구가 위장 간첩이란 말인가 의심이 부쩍 생겼다.

이수근도 그랬지 않나, 여태껏 북과 접촉을 했다는 것인가? 이미 반공 교재 편찬위원을 퇴직했으니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지만 최송식은 이미 관계기관의 허락을 받고 이민 수속을 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최송식은 솔직한 면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연민의 정이라 할까 하여간 그런 최송식이가 밉지 않았다.

이민을 가기 전에 한번 만나 술이라도 먹이고 보내리라 하고 수소문을 해서 그를 만났다. 나는 자리에 앉기 바쁘게 입을 열었다.

“최송식 씨 이민을 간다는 게 사실이요?” <3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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