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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살며 생각하며  

이상한 나라의 외국인

김성곤 / 한국문학번역원장, 서울대 명예교수  (게재 일자) : 2015년 02월 27일(金)


루이스 캐럴의 판타지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주인공은 토끼를 쫓다가 지하세계로 들어가 이상한 나라를 발견한다. 그런데 한국도 외국인들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인다고 한다. 최근 어느 영국인이 한국에 대해 쓴 책의 한글판 제목도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였다. 기적을 이루고도 기쁨을 잃었다면 그건 분명 이상한 나라일 것이다.


우선, 주어진 것에 만족하지 않고 남과 비교해 상대적 빈곤과 박탈감을 느끼며 불행하게 살고 있는 한국인을 외국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또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좋은 동네만이 성공의 척도가 되는 것도 이상하게 생각한다. 진정한 행복과 성공은 인생을 즐겁고 보람 있고 가치 있게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보기에, 외모와 간판을 중시해 스펙 쌓기와 성형수술이 만연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한국적 현상이다. 자본주의 경제 체제와 사회주의 사고방식이 공존하는 것도 이상하고, 한국식 평등 지상주의도 이상하다. 성인 자녀에 대한 책임이 아버지에게 있다는 한국식 사고방식도 외국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한국에서는 아들이 군대를 안 갔으면, 그건 영원히 아버지의 책임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자녀가 법적으로 성인이 되는 순간, 아버지는 자녀에 대해 아무런 권한도 책임도 없다.


공직 후보자의 자격과 능력의 검증 장소가 아니라, 신상 털기와 인격 살해 장소로 변질된 국회 청문회도 외국인들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인다. 가문의 영광을 가문의 몰락으로 바꿔주는 청문회 때문에 인재들이 공직을 기피하면, 나라는 무능한 사람들의 손에서 비틀거리게 된다. 중국 고사에, ‘목수는 좋은 목재라면 옹이가 있어도 도려내고 사용한다’는 말이 있는데, 우리는 조그만 흠집만 있어도 가차 없이 인재를 버린다.


출신 고등학교를 써야 하는 한국의 각종 서류도 외국인에게는 불가사의(不可思議)하다. 다른 나라에서는 대학이나 최종 학력만 쓰지 고등학교까지 밝히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국 사회에서는 고등학교가 중요하다. 그 이유는, 고등학교 인맥이 중요하고, 고교 때 사귄 친구가 영원한 친구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얼마나 사춘기적 발상인가? 감성이 아니라 지성으로 맺어지는 평생 친구는 대학에서 만나는 법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평생 사춘기적 감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들은 또 한국인들이 35년 동안 자기네 나라를 지배한 일본에 대해서는 부단히 항의하며 반일(反日) 감정을 표출하면서도, 수천 년 동안 한국을 지배한 중국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한다. 물론 억압(抑壓)과 수탈(收奪)의 정도가 다르고 작은 나라에 대한 자존심 문제도 있겠지만, 그래도 외국인들은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외국인들은 또 국가 경제를 무역에 의존하고 있으면서도 민족주의적이고 배타적인 한국인을 이해하지 못한다. 해외에 물건을 팔려면 다른 나라와 사이가 좋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다가 어느 날, 수출 길이 막히면 어떡하느냐는 것이다.


분단국가인 한국에 북한 편을 드는 사람이 많은 것도 외국인의 눈에는 이상하게 비친다. 물론 군부독재를 겪으면서 자생적 공산주의자도 생겼고, 당시 한국보다 더 잘살던 북한을 동경(憧憬)하던 운동권들이 아직도 있으며, 북한을 달래야 전쟁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아서일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자기네 정부는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북한의 인권 문제나 3대에 걸친 독재 체제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것을 외국인들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다.


외국인들은 또 해외에서는 극우(極右) 이데올로기로 취급되는 민족주의가 한국에서는 좌파운동 이념이 되는 것도 불가사의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진보를 표방하면서도 진보의 핵심인 ‘자유(自由)’라는 말이 붙는 것―자유민주주의, 자유 시장경제, 자유무역, 자유주의 등―은 비난(非難)하고 부정(否定)하는 한국 좌파의 역설적 보수성도 영원한 수수께끼로 본다.


모든 것을 정부 책임이라고 생각해 무슨 사고가 나면 즉시 청와대로 쫓아가 항의하는 것도 외국인의 눈에는 이상한 광경이다. 사실 외국 같으면 보험회사가 해야 할 일을 한국에서는 정부가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우리는 국민의 생계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자영업인 택시회사나 버스회사까지도 정부가 지원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감동적인 연설인 “나라가 여러분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지를 묻지 말고, 여러분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지를 물어 보세요”라는 말은 한국에서는 별 호소력이 없다.


외국인들이 보기에 한국은 경이롭고 수수께끼 같은 나라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단기간에 민주화와 경제 발전의 기적을 이뤄냈고, 세계인을 한류(韓流)로 감동시켰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가 분열돼 서로 적대시하고 싸우는데도 망하지 않고 오히려 발전해 나가는 것도 논리적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불가사의다.


물론 외국인들은 한국적 상황을 잘 모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우리를 깨우쳐준다는 점에서 외국인의 시각은 우리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 역할을 한다. 이상한 나라에 간 앨리스는 거기서 많은 것을 배워온다. 비록 이상한 나라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위와 같은 문제점을 고쳐나간다면, 한국 또한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외국인들이 와서 많이 배우고 가는,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찾은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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