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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순이와 할머니 - 김일홍

2020.03.14 10:26

김일홍 Views:182

순이와 할머니

김 일 홍

 

내 이름은 순(Soon)입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선(Sun)이라고 부르십니다.

순(Soon)보다 선(Sun)이 좋겠다고 해서 내 이름은 선 (Sun)이 되었습니다. 반 아이들도 순(Soon) 보다 선(Sun)으로 부르는 것이 편하다고 합니다. 선(Sun)은 영어로 태양입니다. 태양은 온 세상을 비쳐줍니다. 그리고 한문으로도 선 (善)은 착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나는 태양처럼 빛나고 착한 일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나는 미국으로 온지 2년이 되었습니다. 미국으로 오기 전에는 한국에서 외할머니와 같이 살았습니다.

엄마와 아빠가 결혼을 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나를 낳았습니다. 나를 낳고 나서 공부하는데 너무 힘들다고 한국의 외할머니에게 나를 마낀 것입니다.

나는 어렸을 때 외할머니가 나의 엄마인줄 알았습니다. 어려서부터 외할머니의 말라붙은 젖가슴을 만지작거리며 자랐기 때문입니다. 나는 외할머니가 너무너무 좋습니다. 몇 년 만에 엄마가 나를 보러 한국에 왔을 때 나는 웬 아줌마인가 했습니다.

미국으로 유학을 간 엄마와 아빠가 공부를 다 마치시고 미국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가족이 함께 살아야 한다면서 나를 미국으로 데리고 가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미국에 가기가 싫었습니다. 할머니와 한국에서 살겠다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막 화를 내시며 나를 더 이상 키울 수 없다고 하십니다. 나는 할머니의 마음을 알 수가 없습니다.

언제는 우리 순이 없으면 못살겠다고 하시면서 이제는 나를 못 키우시겠다고 화를 버럭버럭 내시니 말입니다.

내가 미국으로 가기 전 날 밤, 할머니는 이불을 머리에 쓰시고 울고 있었습니다.

“ 할머니 어디 아파 !”

나는 할머니가 어디 아픈 가 했습니다. 그러나 할머니는 그냥 얼굴을 돌려 버리시는 것입니다. 할머니의 울음을 미국에 와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나와 정을 떼시려고 일부러 그러신 것입니다. 그러니 나는 할머니가 더 보고 싶습니다.

나는 미국 남 캘리포니아 오랜지 카운티 라팔마에 살고 있습니다.

미국에 오는 날로 나는 엄마의 손에 끌려 라팔마 초등학교 4학년에 입학을 했습니다. 반 아이들은 영어도 못하고 호박씨 눈에 노란색의 아시안을 호기심으로 맞아주었습니다. 우리 반 아이들은 12명인데 각 나라의 각색의 다인종 아이들입니다.

처음엔 미국 문화와 우리나라 문화가 달라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익숙해지고 반 아이들과도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이번 주는 댕스기빙 데이 (Thanksgiving Day)입니다.

미국의 댕스기빙 데이는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큰 명절입니다.

우리나라의 추석과 같습니다. 매년 11월 3번째 주 목요일로 정해져 있어 목요일부터 4일간은 터키 고기를 먹으며 가족이 모여 함께 즐기는 시간입니다.

오늘 선생님이 마지막 시간을 끝내시고 말씀하셨습니다.

“ 내일은 댕스기빙 데이다. 양로병원 가서 외롭게 지내시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놀아 줄 학생 손들어 봐요.”

우리 동네 마켓 근처에 양로병원이 있습니다. 매년 무슨 날이면 우리 학교 학생들은 양로병원에 가서 봉사 활동을 많이 합니다. 나는 가끔 엄마와 마켓을 갈 때면 양로병원을 지나치는데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어린아이 걸음마 하듯 걸으시거나 휠체어를 타고 다니시는 것을 봅니다.

그 때마다 나는 서울의 외할머니 생각이 나곤 합니다.

“ 저요.”

나는 제일 먼저 손을 들었습니다.

옆자리에 앉아 있는 하얀 아이 캐티 (Kathy)도 나를 따라 손을 들었습니다. 검은 토니 (Tony)도 손을 들었습니다. 그러자 반 아이들이 “저요, 저요” 하면서 모두 손을 들었습니다.

선생님은 내일 양로병원에 가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도와 드리고 즐겁게 놀고 오라고 하시며, 아침 10시까지 양로병원에 가면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들은 선생님이 나누어 주시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프로필을 받았습니다.

“ 선은 코리언이니까 한국 할머니가 좋겠지.”

하시면서 한국 할머니 프로필 용지를 주십니다.

집에 돌아오니 엄마가 부엌에서 터키 요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 오늘은 좀 늦었구나.”

어머니는 말씀을 하시면서 무슨 일이 있니 하는 눈치입니다.

“ 엄마, 나 내일 양로병원에 할머니한테 가서 봉사하기로 했다.”

나는 자랑스럽게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했습니다.

“ 잘했구나, 양로병원에 가서 할머니한테 즐겁게 해 드려라.”

“ 네, 엄마.”

“ 그런데 그 용지는 뭐니 ?”

“ 응, 할머니 프로필이야.”

“ 어디 좀 보자구나, 어떤 할머니인지.”

101호실 김경자 할머니, 나이는 81살, 고향은 서울이라고 써있습니다.

“ 서울은 우리하고 같은 고향이구나, 나이는 외할머니보다 좀 많고, 그런데 식구는 없나 보구나? ” 

가족 난에는 빈 칸입니다.

“ 서울 할머니를 생각해서라도 잘 모셔라.”

" 네, 엄마. 내일 할머니 드실 거 뭘 좀 가져가야지.“

“ 터키를 좀 가지고 가면 되지 않겠니.”

 

그날 밤, 나는 잠에서 서울의 외할머니 꿈을 꾸었습니다. 나는 할머니의 말라붙은 젖가슴을 만지려고 하고, 할머니는 다 큰애가 왜 그러냐며 나를 밀치는 꿈입니다. 꿈을 꾸고 나서 나는 서운 했습니다.

 

아침 10시, 엄마가 나를 차에 태우고 양로병원으로 갔습니다. 우리 반 아이들이 벌써 와 있었습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만나는 것 보다 더 반갑게 손을 잡았습니다. 모두들 손에는 바구니를 들고 있었습니다.

나는 어머니가 싸주신 터키 앞가슴 고기와 옥수수 빵, 그레이비, 샐러드, 그리고 사과 파이를 넣은 바구니를 들고 할머니 방을 찾아 기웃기웃 거리며 복도를 거닐었습니다. 복도에는 휠체어를 탄 할머니들이 다니고 있었습니다. 나를 보고 히죽히죽 웃는 할머니, “하이” 하고 먼저 인사를 하는 할머니도 있습니다.

101호실 문에는 김영자 할머니라고 써있습니다.

복도 벽에는 생일 축하 “Happy Birth Day " 라고 빨강. 파랑 색 갈로 쓴 그림이 붙어 있습니다. 얼마 전 할머니의 생일이었나 봅니다.

나는 살그머니 방안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방에는 침대가 둘이 놓여있습니다. 한 할머니는 들어 누어 있고 또 한 할머니는 침대 책상 위에서 글을 쓰시고 있습니다.

“ 할머니 안녕하세요.”

나는 방안으로 살그머니 들어가 인사를 했습니다. 할머니는 글을 쓰시던 손을 멈추시고 너는 누구지 하며 나를 바라보십니다.

“ 오늘 할머니와 놀러 온 선이라고 해요.”

“ 참하게 생겼구나, 이리로 오너라.”

나는 할머니 곁으로 갔습니다. 할머니는 쓰시던 글을 접고 옆 침대에 누워있는 할머니를 깨우십니다.

“ 이봐, 동생 우리 손녀 딸 왔어.”

“ 그래, 어디보자. 어쩌면 저리도 예쁘지.” 하시면서 일어나십니다

나는 할머니가 책상에서 무엇을 쓰셨나 궁금했습니다.

“ 할머니 무슨 공부를 하셔요?

“ 할머니가 성경책을 쓰신단다.”

동생할머니가 대신 말씀 하십니다.

“ 와, 대단하시다.”

어쩌면 또박 또박 꼭꼭 눌러서 쓰셨는지 글씨도 참 잘 쓰셨습니다.

“ 할머니는 성경책을 두 번 쓰시고 이번에 또 쓰시는 거란다.”

동생할머니가 자기가 글을 쓰시는 것처럼 자랑하며 말씀하십니다.

“ 그래야 치매에 안 걸리지.”

할머니는 멋 적은 듯 웃으십니다.

나는 할머니가 멋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가지고 온 바구니에서 터키며 옥수수 빵 그리고 사과 파이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습니다. 

“우리 엄마가 만드신 터키예요. 드셔 보세요.

“고맙다.” 

할머니는 그저 내가 예쁘기만 한 것 같았습니다.

서울의 외할머니와 너무도 꼭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할머니들은 내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으신 가 봅니다.

“ 선이도 먹어라 .”

할머니가 터키 한쪽을 내 입에 넣어 주십니다.

할머니는 앙상한 손가락에 큼직한 금반지를 끼고 있습니다. 손가락이 가늘어서 금반지가 헐렁거려 잘 빠지려고 합니다.

“ 할머니 금반지를 빼 놓고 드세요. 입으로 빠져 들어가겠어요.”

나는 걱정이 되어 할머니의 금반지를 빼려고 했습니다.

“ 아니, 괜찮아.”

“ 선이야. 그 금반지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해 준거라고 항상 끼고 있단다.”

또 동생 할머니가 못 마땅하다는 듯 빈정거립니다.

할머니들이 터키를 드시는 동안 나는 방을 살펴보았습니다.

할머니 침대 옆에 책상에는 성경책이며, 물 컵, 볼펜, 필요한 물건들이 놓여있고, 가족사진이 세워져 있습니다. 나는 할머니의 가족사진을 들여다보았습니다.

“ 할머니 너무 예쁘시다.”

젊었을 때 할머니의 모습입니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으시고 찍으신 사진입니다. 사진에는 할머니가 가운데 앉으시고 뒤에는 아들인지 딸인지 부부가 그리고 할머니 옆에는 손녀. 손자가 할머니의 손을 잡고 있습니다.

“ 선이야. 할머니 젊었을 때 교회 성가대를 하셨단다.‘

“ 성가대는 무슨.”

할머니가 쑥스러운 듯 웃으십니다. 웃는 모습에 할머니 입안이 텅 비었습니다.

“할머니 이빨이 하나도 없으시네요.”

나는 놀라 말을 했습니다.

“ 틀니 있어. 귀찮아서 빼 놓고 있지.”

“ 어쩜 서울 우리 할머니와 같으셔.” 할머니들과 나는 깔깔 거리며 웃었습니다.

“ 할머니, 가족사진에 손녀, 손자가 있네요.”

라고 말을 하는데 갑자기 할머니의 얼굴이 흐려지시더니 눈물을 흘리십니다. 나는 깜작 놀라 무슨 죄를 진 것 같아 어찌 할 바를 몰랐습니다.

 

엄마와 같이 차를 타고 집으로 오면서 할머니의 손녀. 손자 이야기를 했더니 할머니가 우셨다고 말했습니다.

“ 얼마나 손녀. 손자를 보고 싶겠니.”

엄마의 말씀에 나는 할머니를 자주 찾아가 놀아드리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토요일이라 학교에 가지 않습니다.

할머니를 만나겠다고 엄마에[게 말을 했습니다. 엄마가 양로병원에 데려다 주셨습니다. 방에 들어가니 동생 할머니는 침대에 누웠고 할머니는 보이지 않습니다.

“ 안녕, 할머니.”

“ 선이 왔구나.”

동생 할머니는 반갑다고 내 손을 잡고 놓아 주질 않습니다.

“ 할머니는 어데 갔어요.

“ 응, 병원에 진찰 받으러 갔어 ”

“ 많이 아프세요?”

“ 노인들은 그저 그래.”

그래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나는 할머니의 침대에 걸터앉아 할머니의 가족사진을 보았습니다.

“ 선이야. 할머니의 손녀. 손자 여기 온 적 없어.”

“ 왜요.”

“ 아들하고 며느리가 이혼을 했다나. 아이들은 엄마가 데리고 시애틀에 산다고 하더라. 아들이 가끔 오지.”

그래서 지난 날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셨구나 생각이 났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할머니는 돌아오시지 않습니다. 큰 병이 아니길 바랬습니다. 나는 엄마와 약속한 시간이 되어서 할머니를 뵙지 못하고 병원을 나왔습니다. 차 속에서 나는 엄마에게 할머니 아들이 이혼을 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엄마는 아무런 말씀을 하시지 않습니다.

 

비가 몹시 내리는 일요일입니다.

교회를 다녀오면서 양로병원 할머니가 생각이나 양로병원에 가겠다고 했습니다. 엄마도 만날 친구가 있다며 나를 양로병원에 내려놓고 나중에 만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나는 살며시 할머니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방안의 분위기가 좀 이상합니다. 방엔 웬 아저씨가 서있고 두 할머니는 침대에 누워 꼼짝 않고 있습니다. 아저씨의 큰 소리가 들립니다.

“ 집으로 가자는데 왜 말을 안 들어요. ”

“ 내가 왜 아이들도 없는 집으로 가니.”

할머니가 큰 소리로 말을 합니다.

“ 그럼, 여기서 돌아가실 거예요.”

“ 그래, 아무데서 죽던 네가 무슨 상관이냐.”

“ 그럼 어머니 여기서 돌아가세요.”

아저씨는 화를 버럭 냅니다.

“ 내가 죽던 상관 말고 너나 네 가족을 잘 챙겨라.”

할머니는 화가 몹시 나는 가 봅니다.

나는 방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인사를 했습니다.

“ 할머니 안녕하세요. ”

침대 옆에 서있던 아저씨가 나를 바라보고 말을 합니다.

“ 넌 누구니 ?” 하고 묻습니다.

“ ........ ”

나는 겁이 벌컥 나 아무 말도 못하고 멍청이 아저씨를 쳐다 보았습니다.

아저씨는 세수를 안했는지 얼굴이 흉하고, 수염도 더덕더덕 턱에 붙어 있습니다. 나는 기분이 상했지만 가만히 있었습니다. 방을 나갈까 하다가 엄마와의 약속이 시간이 많이 남아 그냥 있었습니다.

아저씨가 뭐가 불만인지 방을 휙 나갑니다. 할머니가 푸념을 떠십니다.

“ 못된 놈, 죽을 때까지 에미 속을 썩이는 구나.”

누구 들으라 하시는 소리인지 할머니는 중얼 거립니다.

“ 그러니 형님, 절대로 아들과 같이 살지 말아요,”

“ 암. 아니 내가 왜 그 꼴을 봐.”

나는 할머니들의 이야기 속에 무슨 사정이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어른들은 왜 그렇게 복잡하게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저씨는 왜 이혼을 했으며, 할머니를 왜 집으로 가자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아저씨가 못된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할머니를 만나러 양로병원에 가는 것이 싫어졌습니다.

나는 한동안 양로병원에 가질 않았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벌어졌습니다.

어느 날, 선생님이 조용히 나를 불러 말씀을 하십니다.

“ 선, 너 양로병원 김영자 할머니한테 언제 갔었니.”

“ 왜요, 양로병원에 안 간지 오래 됐어요. ”

나는 기분이 좀 이상했습니다.

“ 할머니가 금반지를 잃어 버렸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 건가 해서.”

선생님이 말씀을 흐리십니다.

“ 그래요.‘

나는 갑자기 눈물이 나왔습니다. 나는 어찌 할 바를 몰랐습니다. 그럼 내가 금반지를 가져갔다는 말이지. 이건 오해다. 집에 오면서 나는 할머니의 금반지 생각뿐입니다. 이걸 어떻게 해명을 해야 하나 걱정입니다. 엄마한테 이야기를 했습니다.

“ 엄마, 오늘 학교 선생님이 양로병원 할머니의 금반지가 없어졌다고 나한테 묻는 거야.”

나는 속상하다는 투로 말을 했습니다.

“ 그래서.”

엄마는 무슨 일이냐는 듯이 나를 쳐다 보십니다.

“ 엄마, 나도 잘 모르겠어. 아들이라는 아저씨가 와서 무섭게 해서 그 다음날로부터 양로병원에 안 갔지. 엄마도 알지.”

“ 그래 알았다. ‘

나만 결백하면 된다고 하시면서 엄마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하십니다.

그러니 나는 가슴이 타고 마음이 아립니다.

게다가 반 아이들이 이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나에게 왜 금반지가 없어졌는지를 묻습니다. 나는 창피하기도 하고 어떻게 설명할 수도 없어 고민에 빠졌습니다.

 

한 해도 저물어 가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옵니다. 학교며 집이며 온 거리가 크리스마스 축제를 준비하느라 야단입니다

며칠이 지나면 방학입니다. 반 아이들은 방학동안 즐겁게 지낼 마음으로 들떠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나의 마음속에는 할머니의 금반지 사건으로 인해 멍이 들어있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엔 할머니를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할머니의 금반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학교 수업이 끝날 쯤에 선생님이 나를 부르시다니 말씀을 하십니다.

“ 선, 너 알고 있니, 김영자 할머니가 돌아 가셨단다.”

“ 할머니가요?”

나는 깜작 놀랐습니다.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는 느낌이었습니다.

슬픔이 마음속으로 밀려왔습니다. 할머니한테 미안하고 부끄러웠습니다.

그까짓 금반지가 뭔데, 삐쳐가지고 양로병원에 가지도 않고 할머니를 멀리 한 것이 후회스러웠습니다.

“ 할머니의 식구들이 선이 장례식에 꼭 왔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 저를요?”

“ 그래. ”

할머니 식구라면 오래전 양로병원에서 본적이 있는 그 아들이라는 아저씨 밖에 모르는데 그 무서운 아저씨가 나를 오라는 것인가.

“ 장례식장이 어딘데요.”

 

“ 로스 힐스( Ross Hills) 묘지. 토요일 오후 3시 교회에서 입관 예배를 드린다고 하더라.”

 

토요일 할머니 장례 날입니다.

드넓은 언덕위에 자리 잡은 로스 힐스 묘지에는 묘비들이 꽉 들어찼습니다. 묘비를 살펴보니 100년 전 사람들이 고이 잠들어 있고 요새 들어온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곳은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오는 곳인가 생각하니 슬퍼졌습니다.

교회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할머니의 입관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할머니가 다니시던 교회 목사님이 설교를 하시고 손녀가 울면서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합니다. 손녀가 선이와 할머니의 관계를 이야기합니다.

예배가 끝나고 사람들이 한 줄로 서서 장미꽃을 할머니가 누워있는 관 위에 올려놓고 관속에 누워있는 할머니를 추모했습니다. 나도 엄마와 같이 할머니의 관으로 갔습니다. 옅은 화장을 하신 할머니는 아주 예쁘십니다. 할머니는 조용히 누워있습니다. 너무나 평화스럽게 누워 있습니다.

할머니는 나를 보고 “ 선이 왔니.” 하시는 듯합니다. 나는 흰 장미꽃 한 송이를 할머니의 관위에 올려놓고 기도를 드렸습니다.

“ 할머니 안녕 ! 선이가 왔어요. 정말 미안해요. 할머니 금반지 뭐 대단하다고 금반지 때문에 찾아뵙지도 않고, 할머니 편안히 하늘나라로 가세요. 아멘.”

기도를 하면서 나는 눈물이 왈칵 쏟아 졌습니다. 그만 뒤에 서 있는 엄마의 품속에 파고들며 흐느꼈습니다.

“ 선이야.”

하는 굵은 목소리에 깜작 놀라 머리를 들어 앞을 쳐다 보았습니다.

“ 선이가 왔구나, 고맙다.”

양로병원에서 보았던 아저씨입니다.

“ 아저씨 안녕하세요.”

“ 선이야, 아저씨가 미웠지. 장례식 끝나고 아저씨를 꼭 만나고 가거라.”

아저씨 옆에는 가족사진에서 본 며느리가 서있고, 그 옆에는 같은 또래의 손녀. 손자가 서있습니다.

문상객들이 다들 떠나고 나는 엄마와 같이 아저씨 가족을 만났습니다.

“ 선이 어머니시지요,”

“ 네 선이 엄마입니다..”

엄마와 아저씨는 인사를 서로 나누었습니다.

“ 선이야, 우리 딸 지희. 아들 지만이다.”

아저씨가 아이들을 소개 합니다.

“ 나 선이야. 반갑다.”

“ 그래 알고 있어, 우리 할머니가 너를 너무 좋아 하셨다. ”

“ 미안해.”

“ 아니야. 우리가 너 때문에 다시 할머니한테 가게 됐고, 엄마와 아빠가 다시 화해를 했단다.

나는 놀라운 사건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저씨를 쳐다 보았습니다.

아저씨도 나를 보시며 빙그레 웃고 있습니다.

“ 우리 이제부터 친 형제처럼 지내자.”

지희가 말을 합니다.

“ 그래, 선 누나 이번 겨울 방학에 시애틀에 놀러 와.”

동생 지만이가 한마디 합니다.

한 거름 떨어져 있던 엄마와 지희 엄마가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 선이야 이거 우리 할머니가 돌아 가시기 전에 너한테 꼭 전해 주라고 하신 선물이다. 자 받아.”

“ 받아도 돼 .”

지희가 예쁜 종이에 싼 작은 상자를 건네줍니다.

나는 엄마를 쳐다 보았습니다. 엄마는 당황해 하는 나의 눈길을 보시더니 받으라는 시늉으로 머리를 끄덕이십니다.

 

나는 할머니의 선물이 궁금했습니다.

집에 도착하자 내 방으로 들어가 할머니가 주신 상자를 뜯었습니다.

상자 속에는 편지가 들어있었습니다. 처음 할머니를 만나던 날 책상에서 성경책을 꼬박꼬박 쓰시던 그 글씨입니다.

 

사랑하는 선이야.

할머니가 깜박했구나. 그만 너를 오해 했구나. 용서 해 다오.

선이가 우리 손녀. 손자를 만나게 해주었구나. 감사하다.

그리고 내가 가장 아끼던 금반지를 흘려 잊어 버렸다가 침대 밑에서 찾았다.

금반지를 선이에게 주려고 했는데. 네가 오지 않는구나.

선이의 이름대로 빛나고 착한 선이가 되어라.

할머니가.

상자 속에는 할머니의 금반지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습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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