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에 살자더니....
나는 아주 오래전에 소양강 먼 북쪽 상류 어느 강변에서 태어났다. 38선 이북이라 815 해방후 남한으로 피난한후에 다시 돌아가지 못하다가, 다행히도 625후에 그 마을이 바로 휴전선 남쪽으로 편입되었고, 1970년대 말에 민통선이 해제되자, 40년만에 처음으로 미국에서 방문하면서 그 강변에 돌아간적이 있다. 그후에도 몇번 귀국때 마다 기회있으면 혼자 돌아가 보곤했다.
강변에 서니 거기에는 나 혼자뿐, 같이 정답게 살고 싶었던 "엄마야, 누나야" 는 모두 멀리 떠나신지 오래다. 바위 위로 빨리 흐르는 강물을 보고있을려면, 아빠 등에 엎혀서 낙시질하던 옛 생각에, 낙싯줄에 걸린 고기가 강물속에서 튀어 나올듯 하건만 그건 아득히 사라진 다시 올수없는 추억일 뿐이다. 텅빈 논밭 사잇길에 서 있으면 옛친구의 목소리가 들리는듯하고, 그들이 저 건너편에서 손 흔들며 뛰어 올듯하지만, 그들도 해방과 전쟁과 함께 어디로인가 뿔뿔히 떠나버린지 오래다.
강물은 예나 지금이나, 눈에 익은 바위를 넘고 떨어지며, 흰 거품에 폭음 소리를 내는가하면, 옛날에 뛰어 놀던 강변 모래에 여전히 찰랑거리고, 멀고 가까운 구비를 돌고 돌아가며 여전히 흐른다. 아마 언제나 천년 만년 세월따라 끝없이 흐르겠지...
서울에서 자라면서, 늘 고향에 돌아가 그 강변에 살기를 원했었다. 대학에 다닐때는 그 산골짜기 촌에 내 가게를 열기를 꿈꿨었다.
아... "강변에 돌아가서 살자..." 던 그 꿈은 왜 어이해 사라지고, 돌아 온다던 그 주인공은 왜 그렇게 멀리 바다 건너 떠나야 했는지 알수없다.
이제 그 강변에 홀로 서서, 고개 숙여 강물에 비치는 한 나그네의 그림자를 보며, 찰라에 지나가버린 인생, 이제는 이것도 저것도 아무것도 아닌, 흰머리의 나 자신을 시 한수와 노래 한곡으로 위로해 본다. 마치... 아직도 못다한, 무언지 모르는 미련이 남은것 처럼...
두 사람의 시인이, 우연인지 어쩐지, 마치 나를 위해서 써 준것 같다.
강변에 살자더니
澐華 김정임
산 좋고 물 맑은 추억이 서려 있는 강변에서 살자더니 남은 세월 살자더니
그 약속 남았는데 아직도 유효한데 모두가 꿈이 되고 메아리가 되었네
수많은 세월이 흘러갔어도 내 마음 그리움으로 추억 속에 살리라
임떠난 겨울은 가고 봄은 왔는데 내 마음 나도 모르게 다시 찾은 곳
아름다운 강변에 은모래 반짝이고 파도에 여울지는 노을이 아름다워
추억이 그리워서 찾아온 강변에 외로워도 남은 세월 이 강변에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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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밭
박화목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부르는 소리 있어 발을 멈춘다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며 고운 노래 귓전에 들려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저녁노을 빈 하늘에 눈에 차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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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GS - July 31, 2012 |
이 글은 장원호 님의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를 읽고 한번 써 봤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