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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애잔한 그 옛날

2013.02.02 00:08

一水去士 Views:14576


김원호의 한국시해설 158



지금 그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1



지금 그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2

              
                   
        세월이 가면

                                              <
        박인환 선시집>(1955)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3년 간이나 계속된 전쟁의 참화는 심각하였다. 전쟁은 모든 것을 빼앗아 갔고, 쓸쓸한 자취만 남겨 놓았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든 삶의 가치를 상실하고 남에게 무관심한 채 점점 이기주의적으로 황폐하게 바뀌어 갔다. 원래 모더니즘 경향을 띠고 있던 박인환(朴寅煥)은 전쟁을 겪고 나서 인생에 대한 중압감과 무력감을 느끼고 쉽게 감상주의로 빠져들게 된다. 폐허가 된 명동의 뒷골목에서 삶의 허무를 느끼고 그는 도시적이고 문명적인 애상에 쉽게 젖어 들게 되는 것이다.


폐허의 거리 명동에서 박인환은 ‘명동의 백작’이란 자조적인 칭호 속에 빈약한 허영과 속물의 몸짓으로 술잔에 빠져 현실의 불안을 애써 망각하려 한다. 시 <세월이 가면>은 그의 인생 말기의 작품이다. 실제로 이 시를 명동 어느 술집에서 지은 후 며칠 간의 폭음 끝에 31살의 젊은 나이로 요절하게 된다. 술집에 함께 있던 극작가이며 언론인이었던 이진섭(李眞燮)이 이 시에 샹송풍의 곡을 즉흥적으로 붙이고 당시 유명한 가수였던 나애심(羅愛心)이 불러 이 작품은 오늘날까지 널리 애창되는 노래로 남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 시 때문에 박인환은 그의 극적 죽음과 함께 사람들에게 도시적이고 감각적이고 유행가적인 시인으로 기억에 남게 되었다. 이 시를 통해 상실된 기억을 더듬어 고뇌하고 방황하는 시적 화자의 아픈 가슴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시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모든 사랑은 사라지지만, 사랑에 대한 기억과 회상만은 우리 가슴에 남아 영원히 존재하리라는 것을 노래하고 있다. 전쟁을 통한 상실감과 불안 의식, 허무에 젖은 도시적 이미지가 이 시의 밑바닥에 깔려 있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에서 ‘그 사람’을 상실하게 된 요인과 조건은 밝혀져 있지 않지만, 모든 상실의 요인은 전쟁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하고 빼앗아 가고 아픈 상처만 남겨 놓는다. 시적 자아가 ‘그 사람’의 이름을 잊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그리움과 불면의 밤을 고통 속에 지내 왔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그 눈동자 입술은 / 내 가슴에 있네”를 통해 이 시의 주된 흐름이 ‘그 사람’에 대한 회상과 추억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사람’이란 존재에 대한 인식적 기억보다 감각을 통한 구체적 추억이 더 오래 남는다는 것은 이 시가 대중들에게 호소력을 줄 수 있는 요인이 된다. 바람이 불고 비가 온다는 것은 부정적 상황의 전개를 암시한다. 시적 자아는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적인 구분과 공간의 벽을 ‘유리창’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즉, ‘유리창 밖’은 자아가 존재하지 않은 시간의 저쪽인 ‘과거’를 의미하고, 시적 화자는 유리창 이쪽에서 안온하게 밖을 내다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화자는 과거의 추억에 잠기고 회상에 젖을 수는 있어도 직접 참여하여 행동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에서 ‘그늘의 밤’은 시적 화자가 처한 어두운 시대적 상황을 암시한다. ‘그 사람’과의 만남의 추억이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어두운 밤’이란 상황으로 설정된 것은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이 부정적이고 애상적인 결말로 진행될 것임을 암시한다.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은 현실적으로 ‘그 사람’에 대한 소식은 단절되고 모든 것은 상실되어도, 사랑에 대한 과거의 추억과 기억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음을 뜻한다.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으로 ‘그 사람’과의 추억은 ‘여름’과 ‘가을’이라는 두 계절과 관련이 있다. 이 시에는 ‘겨울’과 ‘봄’이라는 계절은 나오지 않았지만 자연과 계절의 순환 논리를 통해 인생의 흐름에 어떤 질서와 법칙을 찾으려 하고 있다. ‘그 벤치 위에’는 ‘그 사람’과 어떤 시간 속에 함께 공유했던 공간을 말한다.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 나뭇잎에 덮여서”에서 ‘나뭇잎’은 상실된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고 잊혀지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자연의 법칙으로 보았을 때 이 세상의 모든 존재와 상황은 영원하고 변치 않은 것은 없고, 항상 변질되고 변모하게 마련이다. 나뭇잎이 떨어지고 흙이 되고 벤치가 나뭇잎에 덮이는 것은 자연의 순환적 질서이고 시간은 그렇게 변모하며 흐른다는 것을 보여 준다.  “우리들 사랑이 / 사라진다 해도”란 시간의 흐름 속에 ‘나뭇잎’이 변모하여 변질하듯이, 두 사람의 사랑의 상실은 또 다른 것의 성숙을 의미하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랑의 상실과 소멸이 자연의 순환적 법칙으로 대범하게 인식되지 않고, 이 시에서 애상의 정서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이 시의 시대적 배경과 상황이 전쟁 직후의 허무와 상실의 아픔과 연관됐기 때문이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 내 가슴에 있네”는 제1연의 내용을 그대로 반복한 수미상관의 구성으로, 이 시 전체에 균형과 안정감의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내 서늘한 가슴”으로 시적 화자는 허무 의식과 상실의 슬픔으로 젖어 있다. ‘그 사람’은 현재 존재하지 않고, 시적 화자의 가슴이 서늘한 이유도 ‘그 사람’의 부재(不在)로 인한 상실의 슬픔이 고조되어 있기 때문이다. 상실한 것들을 가슴에 남겨 두는 시적 화자의 그리움에 대한 애상감이 잘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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