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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을 마시며

고 정 자


  “언제 커피 한 잔 해요.”

  “그래요.”

  “다음에 우리 점심이나 같이해요.”

  “그럽시다.”

  다정한 사람을 만나면 입에서 저절로 나오는 인사말이다.

  그저 인사치레로 했건 어쨌건 이처럼 우리는 먹고 마시는 것으로 인간관계를 시작한다.


  커피! 왠지 말만 들어도 좋다.

  그 속에 사랑하는 이의 미소가 어려 있다. 그 속에 정겨운 대화가 흐른다.

  커피 한 잔!

  비는 주룩주룩 내리는데 빗속을 헤치고 나타난 그 사람,

  커피 한 잔의 짧은 대화를 위하여 바람처럼 찾아온 그 남자,

  나의 활짝 핀 웃음이 그대로 움직이는 해바라기 꽃이다.

  “감미로운 향기, 행복해지는 그윽한 그 맛”

  커피 같은 사람, 할 말은 없어도 함께 하고픈 사람,

  그 속에 낭만이 숨 쉬고 삶의 여유와 운치가 스며있지 않았던가.


  커피는 원래 쓴맛이다. 그런데 그 속에 숨겨진 부드러운 신맛과 진한 맛이 묘한 여운을 남긴다. 게다가 카페인 성분은 마음을 안정시켜 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기분 좋은 사람과 마주하면 커피 맛도 살아나고 마음조차 따뜻해지기 마련이다.

  커피는 커피 자체의 특유한 향과 맛으로 친화력이 물씬 풍긴다. 나는 살그머니 코를 자극하는 진한 커피 향이 그렇게 좋을 수 없다. 속된 말로 “그 냄새 쥑인다!”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흘러나온다. 어쩌면 우리는 커피를 마시지만 실은 따끈한 인정을 마시고 대화를 음미하고 있는지

모른다.

  누가 커피 향을 ‘악마의 유혹’이라 했던가!

  커피야말로 교황 클레멘트 8세로부터 세례를 받은 음료이다.

  아! 커피가 얼마나 달콤한지,

  천 번의 키스보다 사랑스럽고,

  머스커텔 와인보다도 부드러워,

  아! 아! 아! 커피의 맛이 얼마나 달콤한지.

  커피 예찬의 노래,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카페 칸타타(kaffee kantate)가 너무 튀는 것 같지만, 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커피는 악마와 같이 검고, 지옥같이 뜨겁고, 천사와 같이 순수하고, 키스처럼 달콤하다.”고 작가 탈레랑은 예찬했다.

  “시인에게 영감, 음악가에 악상, 철학가에 진리, 정치가에 평등을 전하는 커피”라고 극찬했던 르네상스 시대는 커피는 자유와 예술의 상징이었다.


  커피는 칸트에게 사색의 연인, 괴테에게 명상의 길벗, 고흐에게는 방황의 삶에서 구원의 동반자였다. 칸트와 베토벤은 아침 식사를 커피로 대용했고 나폴레옹은 커피가 없으면 일어나지 않았으며 고흐는 며칠 동안 커피만 마신 적도 있다.

  나는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감상하고 독서를 즐긴다. 커피는 사색의  문을 열고 추억을 부른다.

  커피는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음료 중의 하나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코피 루왁(kopi Luwak)은 말레이 사향고양이가 커피 열매를 먹은 후 소화과정에서 효소에 의해 향미가 가미되어 배설한 커피콩으로 만든다고 한다.


  카페 마치아토는 얼룩진 커피의 뜻으로 커피에 우유를 조금 떨어뜨린 것이다. 카푸치노는 검은 커피에 우유의 거품이 적당히 배합된 것이고, 라테 마치아토는 우유에 커피를 한 방울 떨어뜨린 것, 카페에라테는 밀크커피이다. 카페 코레토는 커피에 술을 섞은 것이고 비엔나커피는 커피에 우유 대신 생크림을 듬뿍 탄 것이다.


  종이 필터로 기름 성분과 에센스를 흡수시킨 드립(Drip) 커피가 좋다. 카페인 섭취량에 따라 편두통이 오는 사람은 한 방울의 커피도 마시면 안 된다고 한다.

  미국인들의 약 85%가 하루 평균 두 잔의 커피를 마신다고 한다.

  모닝커피로 아침을 열고 저녁 식탁에 한 잔의 커피로 하루가 저문다.

  하루 4잔 이상을 마시지 않으면 부작용보다는 효능이 훨씬 많은 카페인 음료다.


  서편에 불그스레한 노을이 지고 어느새 커피 잔이 비워지면 나무숲에는 새들이 보금자리를 찾는다. 이럴 때면 호롱불 여위어 가는 밤, 어머님의 도란도란 옛이야기 들리는 고향 마을이 몹시 그리워짐은 또 어인 일인가?


  어머니는 커피를 참 좋아하셨다. 어머니를 추억하면 커피와 성경이 먼저 떠오른다.

  “남자는 흙으로 만들었지만, 여자는 갈비뼈로 만들었다. 그래서 여자가 더 값진 이유란다.”라고 농을 하시며 본차이나를 꺼내시던 기억,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예쁜 커피 잔을 들고 미소 지으시던 모습, 그 자상하신 어머님은 지금 하늘나라에서 무엇을 하고 계실까?


  이제 커피 없는 하루는 생각할 수 없다.

  우리 부부는 서로 직장 생활을 하면서 퇴근길에 자주 만났다. 거기 커피가 있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날을 커피 잔을 놓고 ‘기다리는 사랑’ ‘마주 보는 사랑’을 한 셈이다. 그이를 처음 만났던 곳도 분위기 있고 음악이 흐르는 어느 이 층 다방이었다. 비엔나커피를 마시며 입가에 하얀 산타클로스 수염을 보며 서로 웃던 서울 거리의 찻집들이 머리에 떠오른다. 그러니까 우리의 사랑은 커피 사랑이었다.


  구름처럼 피어나는 사랑 이야기가 산 너머로 흘러간다. 멀리 있는 가족도 만나고 오랫동안 보지 못한 친구도 커피 잔에서 만난다.

  보고 싶은 사람, 그리운 얼굴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나는 커피 향처럼 은은하고 커피 맛처럼 그윽한 그리운 노래를 흘러보낸다.

  나만의 휴식과 여유, 나만의 공간과 여백, 나만의 사색과 낭만을 즐기고 싶을 때도 커피는 언제나 다정한 친구가 아니었던가.

  나의 인생을 아름답고 풍성하게 해주는 커피와 더불어 나의 여생을 동행하리라.


  “여보, 커피 한 잔 할까?”

  현관문을 열고 막 들어서는 나에게 그이가 던지는 말이다.

  ‘그래, 내 맘을 어떻게 알고, 착하기도 하지.’


  나는 오늘도 걷고 나서 커피 한 잔의 추억에 잠긴다.

  이런 커피 타임은 나에게 빼놓을 수 없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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