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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ther의 결혼식

이 영 옥


  오늘 아침 O.C. Register 신문을 읽는 중에 아이오와에서 일어난 기사를 읽게 되었다. 병원 중환자실에서 온몸에 튜브를 꽂고 의식이 없는 아버지 앞에서 결혼식을 올린 신랑신부의 사진이 실려 있고 그 사진 아래편엔 그 아버지가 결혼식 이틀 후에 운명하셨다는 설명이 첨부되어 있었다.


  그 기사로 말미암아 직장에 다닐 때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오하이오 콜럼버스 아동 병원에서 일할 때 우리 약국에 Heather라는 처녀가 약국 보조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녀는 개인적으로 나를 좋아하고 잘 따랐는데 금발머리를 가진 귀엽고 마음씨 착한 정말 예쁜 사람이었다. 하루는 대화 중에 사귀는 남자 친구가 있는데 혹시 그와 결혼도 못하고 그냥 죽어 버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그녀의 염려를 털어 놓았다. 사실 그때만 해도 나는 그녀의 병이 그렇게 심각하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터였다. 나는 그럴 리가 없다며 건강관리를 잘하면서 조심스럽게 살라고 말해 주었다.


  그녀는 선천성 대사질환을 가지고 있었으며 어려서부터 우리 병원에 여러 번 입원치료를 받았었다. 병원에 있을 때 약국 보조원을 채용한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고 입사원서를 제출, 약국에 취직이 되어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병은 재발되었고 병원에 또다시 입원하게 되었다.


  유난히도 아름다운 어떤 봄날 중환자실에 있는 간호원이 약국으로 전화를 했다.

  Heather와 남자친구가 중환자실에서 결혼식을 올리는데 올 수 있는 사람은 참석하여 축하해 주면 좋겠다고 한다. 그녀가 사경을 헤매니 혹시 곧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는 의사의 충고가 있었고 남자 친구는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급히 결정을 하여 결혼식을 주선한 것이었다.

  일하다 말고 약국에서 일하는 몇 명의 사람들이 이층에 있는 중환자실로 올라갔다. 주례하실 목사님과 양쪽 부모, 서너 명의 친한 친구, 그리고 그곳 간호원들과 의사들이 함께 기다리고 있었으며 곧 식이 시작되었다.


  Heather는 온몸에 튜브를 꽂은 채로 전혀 의식이 없었다. 남자친구는 정말로 보기 드문 미남이었으며 선한 사람인 것을 금시 알 수 있었다. 결혼식 도중에 그곳에 모인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 두 사람의 애틋하고 순수한 사랑에 너무나 큰 감동이 되었고 본인의 결혼식인 줄도 모르고 의식이 없는 불쌍한 Heather가 ‘그 순간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안타까움에서였다. 거기에 참석했던 모든 사람들은 진심으로 그녀가 회복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 후에 기적적으로 그녀가 회복되었고 잠시 결혼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몇 개월 후에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들렸다. 짧은 결혼생활이었지만 행복하고 귀중한 시간이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녀는 아주 다정다감한 성격이었으므로……

  Heather의 짧은 인생을 생각하며 인생은 어차피 조금 길게, 또는 조금 짧게 살다가 가는 것인데 너무 아등바등 살 것이 아니라 상선약수(上善若水)로 중용(中庸)의 도를 지키고 남을 배려하면서 아름답게 생을 마무리하고 하나님이 부르실 때 후회 없이 떠나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창밖의 아름다운 봄날을 내다보며 오늘따라 금발이었던 Heather와 그녀를 사랑했던 착한 그 남자 친구가 유난히도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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