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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부부의 삶 그리고 준비

손 기 용


   아주 옛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우키스와 필레몬, Baucis & Philemon”이야기가 생각난다. 제우스(고대 그리스의 최고신)와 아들 헤르메스(신들의 사자,使者)는 이 세상에 대홍수를 일으키기에 앞서 생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인간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피로한 나그네로 변신하고 지상에 내려왔다.  사람들은 문을 꼭 닫아 잠그고 그들을 냉대했다.  어느 날 밤 그들은 프리기아(소아시아 지방)의 어느 산 허리에서 가난한 농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필레몬과그 아내인 바우키스가 사는 외딴 오막살이 집을 찾게 된다.  노부부는 나그네를 온갖 정성을 다해 극진히 대접했다.식사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으나 거기에는 정성이 담겨 있었다.

   이때 기적이 일어났다.  포도주를 아무리 마셔도 그 병이 가득 차곤 했던 것이다.  그리고 노부부가 나그네를 대접하기 위해 애지중지 기르던 한 마리밖에 없는 거위를 잡으려 했을 때, 제우스와 헤르메스는 이를 만류하고 자신들의 정체를 밝히면서 앞으로 지상에서 일어날 일을 그들에게 이야기했다.


   제우스와 헤르메스가 노부부를 산으로 데려가 정상에 올랐을 때는 이미 그 지방 일대가 물바다가 되어 있고 노부부의 오두막만이 남아 있었다.  두 신은 이 오두막을 화려한 신전으로 바꾸어 주었다. 그리고 제우스는 필레몬에게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그는 아내와 같이 여생을 제우스 신전의 신관으로 지내고 싶다고 하고, 또 어느 한쪽이 먼저 죽어 살아남은 사람에게 슬픔을 주지 않도록 부부가 한날 한시에 함께 죽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제우스는 그 소원을 받아들였다.

  

   둘은 살아있는 동안 신전을 지키다가 늙고 늙어 쇠약해진 어느 날, 둘이 마주보며 이야기를 하다가 필레몬의 몸에서 나뭇잎이 돋아나기 시작했고 곧 두 사람의 머리위에 나뭇잎 관이 되었다.  둘은 서로를 향해 작별인사를 하고, 프리기아 지방의 어느 언덕 위에 두 그루의 나무, 참나무와 보리수나무가 되어 나란히 서 있다.  이곳을 지나는 나그네들은 노부부가 천상의 손님을 경건히 대접한 것을 기념하여 그 가지에 꽃다발을 걸어주었다.

   이 신화에서 필레몬과 바우키스 부부는 한날 한시에 죽게 해 달라고 제우스에게 빌어 소원을 이룬다.  동양에선 "함께 늙고, 죽어 한 무덤에 묻히자"는 사랑의 맹세를 해로동혈(偕老同穴: 偕, 함께; 老, 늙어; 同, 같은; 穴, 동굴, 무덤)이라고 했다.  


   우리는 결혼 후 오랫동안 오하이오 주에서 살다가 은퇴 후 이곳 남 캘리포니아의 라구나 우즈, Laguna Woods에 와 수년간 살고 있다.  이곳 라구나 우즈라는 곳으로 이사 온 것 정말로 잘 한 것 같다.  무엇보다 이곳 남부 캘리포니아의 일기는 너무나 좋다.  더러 덥기도 하나 습도가 낮아 그렇게 덥게 느껴지지 않고 별로 춥지도 않을뿐더러 겨울에 눈이 내리지 않아 눈 속에서 운전할 일이 없다.  이곳에서 해변을 가도 약 5마일밖에 되지 않아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다.  한식 등 여러 나라 식당이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심심하면 나가 먹는다.  이곳은 55세 이상의 사람들이 사는 은퇴지인데 경비원이 문에서 출입을 감시하는 주택지(gated community)로 비교적 안전하게 느낀다.  주위에는 모두 노인들이 있어 나쁜 것도 별로 없고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여러 가지 오락 시설이 많다.  가까운 거리에 골프뿐 아니라 댄스도 할 수 있고 수영도 할 수 있다. 노인 대학도 있어 이것저것 배울 기회가 많다. 한국인들도 많아 친구들도 사귀기 좋고, 한국말을 거의 매일 하니 이제 영어도 서툴러지는 느낌이다. 아들, 친척, 대학 동기들도 멀지 않은 곳에 살기에 더러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가지며 지낸다.  낙원에 살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다.


   어느 친구는 나에게 다시 젊어지고 싶으냐고 물어 보면 나는 그럴 마음이 없다고 대답한다.  다시 젊어져 살 자신이 없고, 여지껏 살아온 것에 대해 감사만 한다.  

   옛적에는 만약 가능하다면 30세 나이로 젊어졌으면 하기도 했는데 늙어 사는 것이 편안하기만 하다.  지금 우리들은 우리들이 원하는 것을 하고 지내니 불만이 거의 없다.  원하는 시간에 잠에서 깨고, 낮잠도 자고, TV보다가 원하는 시간에 자고, 이제는 출근, 퇴근 시간도 없다.  직장의 상관도 없다.  하지만 집안에서 마누라라는 상관은 있다.  후회하는 일이 있나 하고 생각도 해보지만 이제는 늙어 그런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우리 둘은 대화도 할 수 있고 취미도 비슷하다. 집안에서도 우리는 서로 도와 가며 살고 있다.  물론 마누라가 나보다 집안일을 많이 한다.  저녁 식사 준비는 주로 마누라가 하지만 아침식사 준비는 내가 한다.  빨래는 마누라가 하고, 나는 집안 청소를 하고, 식사 후 그릇을 닦는다. 주로 마누라가 여러 가지 일을 결정하지만 중요한 것은 서로 상의한다.

   시장에 나가는 일은 주로 마누라가 한다.  옛 적에 나는 옷이 별로 없었는데 마누라가 하도 사들여 현재로는 너무나 많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어디 나갈 때 마누라는 내가 입은 옷을 보고 바꿔 입으라고 하는 일이 많아지니 이제 나는 나가기 전에 마누라가 입으라는 옷을 입고 나간다.  나가기 전 입고 있어 보았자 갈아 입을 경우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속옷만 입고 기다린다.

   그래도 내가 조금 잘 하는 것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운전하는 것이다.  방향감각이 좋아 둘이 같이 나가면 주로 내가 운전을 한다.  그래도 내 마누라가 여러 면에서 나보다는 월등하다. 수 년 전까지 우리들은 여행을 자주했는데 이제는 뜸해졌다. 그래도 가까운 곳에서 오페라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기에 자주 감상하니 오페라에 대한 취미가 전보다 많아졌다.


   남녀나 부부 사이의 두터운 정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비익조, 比翼鳥”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암수의 눈과 날개가 하나씩이라서 짝을 짓지 않으면 날지 못하는 새를 말한다.  우리는 비익조인가?  무엇보다 내 마누라는 나의 제일 중요한 벗이다.  비익조라고 이야기 했는데 약간의 두려움이 앞선다.  언젠가는 우리중 하나가 이 세상을 떠나면 홀로 살게 될 텐데 더러는 두 날개를 가져 보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나도 마누라가 하는 것들을 배워야겠다.  마누라도 내가 하는 것들을 배워야 할 거다.


   언젠가는 저 세상에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어떻게 할까?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필레몬과 바우키스 부부처럼 한날 한시 죽는 방법도 있겠지만 우리는 그리 생각하지 않고 있다.  주어진 운명에 따라 살다가 죽어도 되겠지!  홀로 된 후 혼자 살 수도 있겠다.  김형석 연세 대 명예교수에 의하면 노년기에 홀로된 후 외롭지 않으려면 이성 친구와 ‘우정의 동거, 友情의 同居’ 하라는 충고도 읽었다.  그렇다고 이성 친구와 동거할 필요도 없고 그냥 친구로 지내도 좋을 거다.


   그리스인들은 죽은 자만의 영혼이 가는 사후 세계 또는 지하 세계(underworld)가 있다고 믿었다.  지하세계 주변에는 아스포델 꽃(Asphodel; 아스포델 초원에 피는 불사의 꽃으로 수선화의 일종)이 만발해 있다고 한다. 지하세계는 세 종류의 지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1) 뛰어난 영웅이나 착한 일을 많이 한 영혼 또는 신비 종교의 비전 가들이 축복을 받으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엘리시온(Elysium), 혹은 ‘엘리시움 들판(Elysium Fields)’; 2) 철문으로 둘러싸이고 지하세계 가장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고 햇빛이 들지 않는 지옥으로 죄를 지어 영원한 형벌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가는 지옥인 르타로스

(Tartarus);

3) 생전에 무관심하게 평범하게 산 인간들이 사후에 가는 곳인 아스포델 초원(Asphodel Meadows)이다.   

   우리들은 죽어 어디로 가게 될 것인가 생각도 해 본다. 너무나 평범하게 살았기에 아스포델 초원에나 갈 것 같다. 그리고 무덤에 묻혀야 하나, 그렇지 않으면 화장(火葬)을 해야 하나, 또는 시체를 대학에 기증해야 하나, 하는 등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들이 많다.


   이제부터는 불평만 하지 말고 좋은 행운을 가지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그리고 남도 도우며 살아야겠다. 내가 하고픈 것을 즐기면서 남은 인생 후회 없이 즐겁게 살다 가자. 어떤 경우에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살고 행복하도록 노력해야지. “사내가 양보해야지. 지는 사람이 이기는 거여. 그래야 집안이 평안해.  마누라 이기는 놈은 병신이야!”라는 말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브라이트먼과 보첼리(Sarah Brightman & Andrea Bocelli)가 부르는 노래, “Time to Say Goodbye, (나는 이제 이별을 고하려 한다)”를 되새겨 본다. 이별할 때가 되어 이 세상을 떠나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그리고 어떻게 하나? 무덤 속은 답답하겠고, 화장하면 너무 뜨거울 거고, 내 시체를 기증한다면 약간 부끄러울 거다.


참고문헌: 1) 송건호 옮김: 그리스 로마 신화. p.93,  북마당, 2011.  

                2)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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