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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shmallow 추억

이 병 우


  아내가 대학 1학년, 내가 2학년이었던 1959년 우리는 만났다. 우린 그 시절 많은 지식층 젊은이들의 꿈이었던 미국 유학을 꿈꾸며 고국의 아름답던 대학 시절을 마치고 미국으로 와 결혼했다. 아내가 1년 먼저 도미하고 나는 군 제대를 마친 후 곧 그녀를 따라 유학을 왔다. 아직 아내가 fiancee이던 시절 그녀는 Long Beach에 위치한 Sponsor 집에 살았고 나는 Westwood에서 UCLA에 다니고 있었다. 자리 잡고 결혼할 때까지는 떨어져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weekend에는 만사를 다 제쳐놓고 꼭 만나야 했다. 우리에겐 자동차가 없던 시절이었으므로 내가 아내를 만나려면 두 번 갈아타는 버스를 타고 3시간을 꼬박 걸려서 가야만 했다. 그렇게 먼 길을 겨우 참고 그녀가 살고 있는 sponsor 집으로 가면 우리만의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았다. 우리끼리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어로 이야기하기도 미안하여 퍽 불편했다.


  그래서 하루는 둘이서만 date를 하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우선 먹을 것이 있어야 했다. 약혼녀인 혜자 말이 자기가 market에 갔을 때 보니 미국에도 일본 모찌(찹쌀떡)가 있다고 했다. 어떻게 미국 마켓에 모찌가 있을까 의아해하며 그녀를 따라 마켓으로 갔더니 정말 먹음직한 모찌가 있었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던 시절이었으므로 비싸지도 않은 미국 마켓의 찹쌀떡은 참으로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먹을 것이 해결된 우리는 뿌듯한 마음을 안고 여러 block을 지나며 공원을 찾아 즐겁게 걸었다. 우리가 찾은 곳은 자그마한 공원으로 나무가 몇 그루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자리 잡고 앉은 지 얼마 안 되어 갑자기 구름이 끼기 시작하더니 바람이 불고 추워지기 시작했다. 우선 조그만 언덕 뒤에 앉아 바람을 좀 피하고 나니 배가 고파 왔다. Bag 속에 모찌가 가득 있으니 이것만 꺼내 먹으면 추운 것도 이길 수 있으니 마음이 든든했다.


  먹음직한 모찌를 하나 꺼내보니 모찌같이 묵직한 기분이 안 나고 좀 가뿐했다. 미국 모찌는 좀 가벼운 모양이다 하며 어쨌던 한 놈을 꽉 깨물었다. 그런데 모찌의 찰스러운 맛이 아니고 푸석하며 sponge 같은 느낌의 이상한 물건이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marshmallow라는 것이었다.


  지금 먹어보면 marshmallow는 그대로의 맛이 있는데 그때는 맛도 별로였고 배도 별로 채워지지 않고 그저 사람이 먹는 물건인지도 확실치 않은 이상한 물건일 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조금씩 오기 시작을 하니 배도 고픈 채 꽁꽁 얼어서 겨우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둘이 다 젊을 때라 감기도 안 들고 즐겁게 잘 버텼다. 둘만의 즐거운 시간을 가지려던 욕심이 지나친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 어쨌든 덕분에 추억거리를 하나 만든 셈이 되었다.


  지금은 작은 size의 Marshmallow를 많이 보는데 그때는 바로 모찌 size의 큰 marshmallow가 많았던 것 같고 처음부터 모찌라는 믿음이 있었으니 그것이 가볍다 해도 모찌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사람의 마음이란 일단 마음속에 무엇이고 결정이 되어 있으면 자기 생각이 옳지 않은 점이 나타나더라도 그것을 무시해 버리고 이미 한 자기 결정을 따르는 것이 보통 인간들의 심리인 듯하다.


  지금도 fireplace에 marshmallow를 구워 먹을 때면 아이들에게 50여 년 전 우리의 ‘Marshmallow Date’ 이야기를 하곤 한다. 우리 아들은 엄마, 아빠가 너무 안쓰러웠다고 눈물을 글썽이는데 우리에게는 잊을 수 없는 귀한 추억의 하나이며 또 우리 부부의 결혼생활을 더 밝게 해 주는 활력소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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