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수출(都市 輸出)

고 석 원

  근간 신문기사에 눈을 번쩍 뜨게 하는 총 180억불 내지 200억불(한화 약 21조-23조원) 상당의 해외 신도시 건설 사업에 관하여 한국 건설업체(대우건설과 한화건설)가 공동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주택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였다는 소식이다. 참으로 장하다.

  수출품은 다양하다. 한국의 초기(1950~1960년대) 수출품은 중석(광물)이었다. 그 후 이쑤시개, 게 바늘, 손톱 깎기, 공예품 등 조그만 것이었던 것이 TV, 냉장고, 세탁기, 자동차 등으로 고급화되었으며, 덩치 크기로는 2만 톤급 컨테이너 선박(길이 400m, 폭 58m, 갑판 면적이 축구장 4배 크기)까지 제조 수출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바닷물을 담수화하는 플랜트 수출도 하고 있다.

  최첨단 신도시 건설하면 이는 최첨단 종합 예술작품일 게다. 매우 복잡한 도시설계 도안부터 시작하여 이 계획안에 따라 도로망, 철도망, 상하수도망, 통신망, 배전망, 주택, 상가, 공원, 학교, 병원, 교량 등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많은 일이 많은 인원과 물자를 투입하여 장기간에 걸쳐 정밀하게 잘 이루어져야 할 거다.

  이번 건설 사업은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아드에서 그리 멀지 않은 ‘다흐야 알푸르산’이란 곳에 인구 60만 명이 살 수 있게 하는 신도시로서 한국 경기도에 개발된 분당의 2배 규모라고 한다. 한화건설은 이라크 ‘바스마야’ 지역에서 분당급에 버금가는 신도시(제1호, 2012년 수주) 건설 중이다. 따라서 ‘다흐야 알푸르산’은 제2호 신도시인 셈이다.

  이밖에도 대우건설은 베트남 하노이에 최초로 신도시 ‘스타 레이크 시티’를 2012년 수주 건설 중이며, 북아프리카 알제리국, 수도 알제 남쪽 ‘부그줄’에서도 분당 약 3배 크기의 신도시 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국제유가가 하락하여 산유국들의 수입(收入)이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그들이 갖고 있는 원유 및 천연가스 매장량은 막대하여 큰 부(富)가 아닐 수 없다. 그들은 이 부를 활용하여 신도시 건설이란 큰 프로젝트를 외국에 주문하고 있다.

  현대 한민족 토목공사를 일으켜 준 경부고속도로 건설 후 한국의 건설업계는 지난 50년 동안 많은 고생과 연구와 노력 끝에 이제는 세계가 인정해주는 우수한 건설기술과 실적을 쌓아왔다. 그런데 그동안 잘 나가던 한국의 조선 및 해운 산업이, 그리고 강철 수출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러 그 타개책을 모색 중인데 신도시 수출이란 가뭄에 한줄기 단비 같은 기쁜 소식이다.

  그간 강남스타일을 비롯하여 K-pop, K-girls(여자골프) 등 문화 및 스포츠 분야에서 한국은 눈부신 진출을 이룩하여 K 시대가 오고 있는 느낌인데 여기에 더해 K-city(K-construction)도 탄생 중인 것같다.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되어 앞으로 중동지역, 북아프리카지역, 동남아지역에 제6, 제7, 제8의 신도시 수출이 이루어진다면 세계 도처에 한국이 건설한 도시들 즉 K-city가 세계지도에 여기저기 새겨질 날이 오기 바란다.

  필자는 1960~1970년대에 한국 수출 진흥 업무에 종사한 바 있어 수출 관련 소식에 늘 관심이 많다. 1964년 한국 전체가 수출한 금액이 1억불이었는데 이제 2개 회사가 200억불을 (약 10년에 걸치지만) 수출한다는 소식에 감탄한다. 물론 한국의 종합상사 그룹들은 이미 연간 그 이상씩 수출하고 있지만 말이다.

  필자의 중부(仲父)이신 고중명 씨(작고)는 미국 MIT 대학의 한국인 최초 입학생으로 (토목공학 전공) 1926년 6월에 졸업했다. 90년 후 이제 한국 국력이 신장하여 신도시 건설 사업을 통째로 맡았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분이 얼마나 반가워하실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