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English

바로 밑에 보이는 분류를 선택하는 즉시 게시글 전체중에서 글올리신 이가 지정한 분류가 님이 선택한 분류와 일치하는 글들만이 전시됩니다. 선택한 분류에서 다시 전체글을 보시려면 분류: 전체나 위의 게시판 메뉴를 누르면 전체 글이 다시 펼쳐집니다.
As soon as you select and click one of the categories below, only those articles with the same category assigned by the one who uploaded the article will be displayed. To view the entire posts again press Category: Total or the LWV Board menu choice.

내 얼굴이 어때서

이 병 소


   아침 햇볕이 좋아 창밖의 감나무에 물을 주고 들어오는 나를 보고 아내가 말한다.

   “여보, 당신 아침에 샤워할 때 물수건에 비누칠해서 얼굴을 좀 박박 문질러요. 마치 농사짓는 농부의 얼굴처럼 거무튀튀한데 거기에 검버섯도 많아서 못 봐주겠네요. 농사도 안 지으면서 농사꾼의 얼굴을 하고 다니면 농부들을 기만하는 건데......”

   찬란한 아침햇살에 내 얼굴이 유난히 검고 까칠해 보였나 보다. 아마도 새해 들어 처음으로 우리 마을 농장의 묵정밭을 분양받아 잡초를 뽑고 흙을 갈아엎느라 비지땀을 흘리다 보니 얼굴이 좀 검게 그을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어느 시인의 말처럼 ‘흙을 사랑하는 자, 대지와 통정하고 회춘한다.’는데 주저하고 마다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짓궂은 아내의 말은 기가 찰 노릇이지만, 남편에 대한 애정이 있기에 내 얼굴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고, 적어도 그 말을 하는 순간에는 마음에 괴로움이 없으니 편안한 농담도 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 웃음으로 대꾸를 해준다.


   “아니, 내 얼굴이 어때서”

   하긴 얼굴은 마음의 거울이라 했으니 잘 가꾸기는 해야겠다. 그러나 가꾼다는 의미가 얼굴에 화장을 해서 아름답게 분장을 하자는 것이 아+니고 많은 수양을 해서 그 인격이 얼굴에 묻어난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마음을 아름답게 가꾸라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 시대에는 외모 지상주의가 돼서 원하는 얼굴을 주문해서 성형을 하다 보니 비슷한 얼굴이 여럿이 되는 기이한 현상도 일어난다고 한다. 그러기에 염라대왕도 혼동을 일으켜서 저승사자 따라 북망산 넘어오는 저승객을 다시 이승으로 돌려보낸다는 우스개 소리까지 나오게 되었나 보다. 인격을 갖춰서, 수양을 해서, 얼굴을 가꾸는 것이 아닌 세상이다.


   예전에 철학자인 안병욱 교수는 원불교 2대 종법사(宗法師)인 정산 송규 종사(宗師)를 뵙고 나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평화로운 얼굴이다. 얼마나 많은 생을 닦고 또 닦아 수양을 쌓아 적공을 했으면 저런 얼굴이 나올까’ 하고 예찬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렇다. 나이 40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바로 그것이 아니겠는가.

   정산 종사님의 온화하고 자애로운 얼굴에 만인을 감싸주고 포용해 주시는 자비스러운 모습은 바로 생불님의 화현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다.

   우리가 닮아가야 할 얼굴도 백면서생처럼 하얀 얼굴에 조각 미남처럼 깎아 놓은 모습이 아니라, 수양을 많이 해서 성품과 인격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그런 얼굴이어야 하겠다.


   그렇다면 고희를 넘긴 내 얼굴은 과연 어떨까?

   비록 정산 종사처럼은 아니더라도 내 나름대로 지키는 원칙은 있다.


   첫째로, 분수에 맞지 않게 과욕을 부리며 살지는 말자는 것이다.

   70 평생을 살아오면서 탐욕에 절어 분수도 모르고 남이야 어떻든 나만 잘 살려고 발버둥 치지는 않은 것 같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지만 적어도 자신의 처지에 안분하며 살아왔으니 욕심에 찌든 돼지 같은 인상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둘째로, 嗔心(화내는 마음)은 자기 자신의 마음을 태우는 것이다.

   화가 난다고 남을 미워하고 소리 지른다고 자신의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는다.

   마음이 타면 몸도 성하지 못하여 심신이 함께 괴로워진다. 자신의 화를 다스리지 못하면 남에게 그 화가 전이되고 속마음이 고스란히 얼굴에 나타나니 각별히 주의할 일이다. 온화한 마음과 자비로운 성품을 길러서 利他行(남을 이롭게 하는 일)을 하면 자연히 내 얼굴에 묻어들 것이다.


   셋째로, 내 나이쯤 되면 남정네들이 흔히 갖게 되는 야심이 하나 있다.

   황혼의 저 언덕을 넘기 전에 이름표를 달고 싶은 것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그 말에 현혹되어 이름 석 자를 남기고 싶어 하는 것이다. 평소에 자기의 일을 열심히 해서 우리 사회에 공적이 있으면 자연히 그 이름은 남을 것인데, 뒤늦게 황혼이 가까워지니 안절부절 못하며 이름 석 자 남길 궁리를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체면만 내세우다 보니 염치는 잊고 사는가 보다. 이것이 바로 우쭐대며 자기를 세상에 들어내 놓고 싶은 남자들의 치기 어린 발상이다. 염치없이 억지로라도 이름 석 자를 남기고 죽겠다는 명예욕, 그것이 어리석음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몰라도 아는 척, 없어도 있는 척, 못나도 잘난 척, 온갖 척을 다하며 자신을 과시하고 싶은 사람들의 어리석음이 바로 치심인 것이다.

   불가(佛家)에서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경계하고 조심해야 할 마음을 삼독심(三毒心)이라고 한다.

   貪心(탐욕의 마음), 嗔心(화를 내는 마음), 恥心(어리석은 마음) 이 세 가지 독이 되는 마음을 三毒心이라 부른다.


   또한 중생이 고해(苦海)에 빠지고 사바세계(娑婆世界)에서 허덕이는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이 삼독심 때문이니 확실하게 인생행로에 독이 되는 이 세 마음을 녹여내는 수양을 해서 마음의 자유를 얻으라고 가르친다.

   이런 까닭에 탐심(貪心), 진심(嗔心), 치심(恥心), 이 삼독심만 調伏(편안한 마음으로 항복받는 것) 받는다면 누구라도 자기의 얼굴에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믿으며, 나 또한 그런 자세로 살려고 수행하며 노력하고 있다.


   비록 거무튀튀하고 시커먼 검버섯이 온통 얼굴을 도배했더라도 이 Laguna Woods에서 몸도 건강하고 마음도 건강하여 분수에 맞게 살아간다면, 따로 얼굴 걱정 안 해도 되는 낙원 생활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No. Subject Author Date Views
Notice Member registration Korean American Community registration Dstone 2023.05.31 1121
84 아름다운 동행 - 2016년 편집을 마치며 - 편집장 김귀양 글사랑모임 2017.01.04 155
83 아름다운 동행 제7부 - 안개 낀 어느 아침에 - 이혜규 글사랑모임 2017.01.04 154
» 아름다운 동행 제7부 - 내 얼굴이 어때서 - 이병소 글사랑모임 2017.01.04 161
81 아름다운 동행 제7부 -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 윤민제 글사랑모임 2017.01.03 163
80 아름다운 동행 제7부 - 늙은 부부의 삶 그리고 준비 - 손기용 글사랑모임 2017.01.03 166
79 아름다운 동행 제7부 - 늘 푸르게 삽시다 - 나윤태 글사랑모임 2017.01.02 160
78 아름다운 동행 제7부 - 세상 만물이 변하듯이 - 김소향 글사랑모임 2017.01.02 150
77 아름다운 동행 제7부 - 소망 소사이어티에 거는 기대 - 김병희 file 글사랑모임 2017.01.01 162
76 아름다운 동행 제6부 - 사랑의 DNA - 한주용 글사랑모임 2017.01.01 182
75 아름다운 동행 제6부 - 예찬! 라우빌(LWV)의 행복 - 태공 주강 글사랑모임 2016.12.30 159
74 아름다운 동행 제6부 - 인간의 수명 - 임흥순 글사랑모임 2016.12.30 158
73 이한철 선배님의 소천 소식을 듣고 - 김일홍 한인회 2016.12.30 147
72 아름다운 동행 제6부 - 가치가 - 박미자 글사랑모임 2016.12.29 173
71 아름다운 동행 제6부 - 사람은 외모를 보나 나 여호와는 속 마음을 보느니라 - 김홍식 글사랑모임 2016.12.29 136
70 아름다운 동행 제6부 - 하느님과 수(數)에 대한 단상 - 愚甫 김강서 글사랑모임 2016.12.28 157
69 아름다운 동행 제6부 - 또 하나의 완벽한 하루 - 권영조 글사랑모임 2016.12.28 176
68 아름다운 동행 제5부 - 참외와 고향 맛 - 정정수 글사랑모임 2016.12.27 150
67 아름다운 동행 제5부 - 인종차별 - 이재학 글사랑모임 2016.12.27 161
66 아름다운 동행 제5부 - Marshmallow 추억 - 이병우 글사랑모임 2016.12.26 157
65 아름다운 동행 제5부 - Heather의 결혼식 - 이영옥 글사랑모임 2016.12.26 192
이 게시판이나 웹에 관해 묻고 싶은 게 있으시거나 건의 할 게 있으시면 관리자 (e-mail: 김익현 ikkim922@hotmail.com) 에게 문의 해 주세요.
Any inquiry as to this board and website or suggestions should be directed to Admin (e-mail: 김익현 ikkim922@hotmail.com ). Than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