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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 오만 가지

곽 병 희


  “핵죠(학교) 파하면 얼릉(른) 와서 소 풀 멕이러 가거라이”

  마당을 나서는 내 뒤통수에 대고 하시는 어머니 이 말씀을 듣고 학교로 향하는 날은 온종일 담장 위의 커다란 호박만큼이나 무거운 걱정에 휩싸여 있어야 했다. 우리 집 황소는 어린 나를 항상 질질 끌고 다녔고 남의 밭 곡식을 휘저어 동네 아지매, 아재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학교에서 돌아와 점심을 먹고 동네 뒤편 잔디밭에 모여 풀 많은 산을 향해 줄지어 가면 다른 소들은 행렬에서 이탈하지 않고 아이들의 고삐에 매달려 졸졸 잘도 따라가는데 우리 집 황소는 무슨 불만이 그리도 많은지 고개를 휘저어 남의 소를 들이받고 싸움을 걸기 일쑤였다. 내 힘으

로 도저히 말릴 수 없었다. 나도 몇 번 뿔에 밀려서 내동댕이쳐진 적이 있어 아주 공포스러웠다.


  제일 난감했던 것은 시도 때도 없이 순식간에 옆에 있는 암소의 뒤 꽁무니에 두 발로 걸치며 턱 허니 올라타는 것이었다.

  “빙이야(병희야)! 느그 쇠(소) 또 헐레한다, 헐레한다.”

  아이들의 아우성에 힘을 합쳐 고삐를 당겨도 한번 발정한 우리 집 황소를 말릴 길이 없었다. 그런 날은 돌아와서 작은아버지에게 누구 집 소와 정사를 했다는 것을 평소의 말씀에 따라 보고를 하면 “나중에 새끼(송아지)값 쬐끔(조금) 받아야지” 하시며 소 마구간 옆 벽에 날짜와 그

댁 택호를 적어 두시곤 하셨다. 나는 “황소나 아들을 키우는 집에서는 막말 못 하는 기라.”는 어른들의 이 말을 그때는 무슨 뜻인지 몰랐다.


  나이가 많은 동네 형이나 아재가 방목할 산을 정해서 도착하면 고삐를 풀고 소에게 자유를 주고 우리는 계곡에서 오후 내내 가재 잡고 물장난에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서산에 해가 뉘엿뉘엿 지면 산에 올라 각자의 소를 찾아 하산하고 줄을 서서 집으로 향한다. 한번은 나는 우리 황소를 찾지 못하고 산에서 헤매는 사이 먼저 도착한 아이들의 전갈을 받고 어른들이 몰려왔으나 우리 집 황소는 산에 없었다. 내 탓으로 소를 잃으면 어쩌나 하고 겁에 질려 있는데 밤늦게 작은아버지와 집안 아재들의 손에 쇠 코뚜레를 잡힌 채 커다란 눈을 껌벅이며 황소는 끌려 돌아 왔다. 산 넘어 다른 마을에서 찾았단다. 나는 그날 밤에 어머니에게 울부짖었다. “암소로 바꿔 주지 않으면 낼부터 소 풀 멕이러 안갈끼다.”


  그 여름철에 소나기가 쏟아질 때면 커다란 바위 밑으로 모두 숨어들었다가 비가 뚝 그치고 누군가 “무지개다, 무지개”하고 고함을 치면 우르르 루루 모두 바위 위로 올라가서 아래로 펼쳐진 벌판과 산기슭이 맞닿은 곳에서 솟아오른 무지개를 보고 우리는 흥분에 휩싸여 발을 구르며 손을 들어 환호했다. 쌍무지개가 뜨는 날에는 ‘재수 좋은 날’이라고 더 가슴이 뛰었다.


  지금도 간혹 무지개를 보면 영락없이 고향의 그 시절 동심으로 돌아가 나의 가슴은 설렌다. 윌리엄 워즈워스는 그의 시 [무지개]에서 ” 늙어서도 무지개를 보고도 설렘이 없으면 차라리 죽으리라……” 하고 노래했다.


취묵헌 서예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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