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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그네...

2013.04.23 14:06

一水去士 Views:7834


김원호의 한국시해설 175
나그네

박목월-<상아탑>(1946.4.)

강(江)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三百里)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조지훈(趙芝薰)과 박목월(朴木月)은 1939년 전후 시인 정지용(鄭芝溶)으로부터 <문장>지를 통해 추천을 받고 문단에 나온 동기생으로, 이 시는 조지훈이 박목월에게 준 <완화삼(玩花衫)>이란 시에 대한 화답시(和答詩)이다. <완화삼>의 “술 익는 강마을 저녁 노을이여”가 이 시에 와서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로 변화되었다.

당시 조지훈은 혜화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월정사에서 불교 공부를 하고 있었고, 박목월은 고향인 경주에서 금융조합에 다니고 있었다. 문단에는 일제의 조선어 말살 정책으로 <문장>지는 폐간됐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 한글로 된 발표 기관은 모두 없어진 암담한 시대에 그들은 작품을 발표할 수 없었고, 일제의 어용(御用) 문학에 협력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작품을 발표하지도 않았다.

일면식도 없는 두 사람은 서로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했고 박목월이 조지훈을 경주로 초청하여 두 사람은 시(詩)와 일제 말엽 어두워 가는 시국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이러한 인연으로 이 시가 나오게 됐는데, 해방 이후 박두진을 만나 이 세 사람이 일제 암흑기에 쓴 작품들을 모아 3인 공동 시집 <청록집(靑鹿集)>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는데, 순수한 자연을 노래한 세 사람의 작품 경향도 비슷해서 이 세 사람을 ‘청록파(靑鹿派)’라 부르게 된 것이다.
 

“강(江)나루 건너서”는 나그네가 강을 건너온다는 뜻이다. 카메라의 앵글 속에 피사체가 들어왔을 때 대상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강을 건너다’는 그 대상이 보이지 않게 되므로 시에서는 죽음이나 이별을 뜻하게 된다. 과거 한국 농촌의 분위기가 잘 살아 있는 연이 제1연이다.

나그네가 강을 건너와 또 정처 없는 나그네길을 걷는 모습을 그리기 위한 배경이 제시된 부분이다. 보리밭 대신 밀밭이 나온 것은 이 시의 흐름에서 ‘밀→술→ 놀’로 연결하기 위해서이다. ‘밀’이 아니면 술의 원료인 누룩을 만들 수 없고, 또한 술에 취하면 얼굴이 벌겋게 되므로 붉은 저녁 놀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치밀한 시인의 의도가 이 세 개의 시어 속에 숨어 있다. 운율상으로도 이 세 개의 시어는 받침에 ‘ㄹ’자음으로 연결된다. 

“구름에 달 가듯이 / 가는 나그네”는 이 시의 핵심 구절로, 나그네가 유유자적(悠悠自適)하게 걷는 모습을 자연의 움직임에 비유해 인간과 자연의 조화와 합일 및 나그네의 달관의 자세를 보여 주고 있다. 이 구절을 도교와 관계된 행운유수(行雲流水), 즉 구름 가듯이 물 흐르듯이 초탈한 자세로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나그네는 현실의 모든 욕망을 버리고 체념한 사람이라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인생의 모든 길은 외줄기 길이다. 그만큼 인생 행로는 고독하다는 것을 달관의 자세로 암시하고 있다.  “남도(南道) 삼백 리”는 실제적인 거리가 아니라 관념상의 거리다. 향토성의 분위기가 잘 나타나 있으며, 정적(靜的) 이미지를 통해 현실적 상황을 드러내고 있다. 

“술 익는 마을마다 / 타는 저녁 놀”은 후각과 시각적 심상이 복합 심상으로 나타나 있다. ‘술 익는 마을’은 풍요로운 느낌과 함께 넉넉한 인심이 있는 마을이라는 느낌을 준다. 나그네가 이 마을에 도착한 것은 저녁 무렵으로, 인심이 넉넉한 이 마을에서 술 대접을 받으며 하룻밤 묵어 가게 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것은 술에 취한 불그레한 얼굴과 저녁 놀의 붉은색이 어울려, 고생길을 걷던 나그네가 모처럼 휴식과 평화를 얻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구름에 달 가듯이 / 가는 나그네” 이 구절은 제2연과 같은 구절이면서 이 시에서의 역할은 많은 차이가 있다. 즉, 하룻밤을 이 마을에서 묵은 나그네가 또 정처 없는 나그네길을 떠난다는 것을 암시한다. 만약 이 구절이 없다면 방랑하던 나그네가 이 마을에서 정착지를 얻었다고 잘못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또 이 구절은 제2연을 반복하여 시의 형태상 안정감의 구조를 갖게 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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