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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Babysitting

김 귀 양


  이민 초기에는 누구에게나 잊지 못 할 사건들이 많겠지만 나에겐 특별히 babysitting으로 힘들었던 두 달의 세월을 잊을 수가 없다.

  30대 초에 3살과 1살짜리 두 딸을 데리고 시댁 식구들과 남편을 따라 태평양을 건너 이민 오게 된 나는 두 아이 때문에 직장을 갖지 못하고 살림만 하고 있을 때였다. 이웃에 사시는 어떤 분께서 한 아기 엄마가 직장을 구하고 아기 봐 줄 사람을 급하게 찾고 있다며 내 의향을 물으셨다. 나는 한 푼이라도 벌어야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3살인 아기라니 우리 아이들과 같이 놀면서 공부도 하면 좋겠다고 생각이 되었다. 소개해 주신 권사님에게 “그 아이를 잘 봐 주겠노라”고 다짐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승낙 했다.


  Jay는 잘생긴 얼굴에 피부도 희고 키도 다른 아이들보다 목 하나는 더 큰 아주 잘생긴 남아였다. 우리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것도 좋아해서 다행이긴 했지만 걷지를 않고 항상 뛰어다녔다. 뛰어갈 때면 넘어질 것같이 비척거리는 모습이 여간 불안하지 않았다. 아기를 보는 도중 언제 어떻게 다칠지 모르겠다는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아무래도 그만두어야겠다는 결정을 하게 되었다. 거의 한 달이 되었을 때 Jay 엄마에게 다른 babysitter를 알아보라는 말을 해야겠는데 미안한 마음에 기회만 엿보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Jay를 데리러 올 시간이 되어 손과 얼굴을 씻기고 Jay가 가지고 갈 런치박스를 챙겨놓고 보니 10여 분의 여유가 있었다. 조금 남는 시간에 밖에 나가 놀게 하려고 Jay를 데리고 집 앞 잔디밭으로 나갔다. 신나게 그의 특이한 걸음걸이로 비척거리며 잔디밭 끝까지 뛰어가더니 Jay는 가볍게 넘어졌다. 그런데 일어나지를 않고 울기 시작했다. 잔디밭이기에 그냥 넘어져 어린양을 부리느라 우는 것으로 짐작한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Jay야, 일어나 착하지, Jay는 장사.”라며 다가가 일으켜 세웠다. 집으로 안고 들어 와서 그의 엄마가 오기를 기다려 “잔디밭에서 슬쩍 넘어졌는데 계속 우네요.”라며 왜 우는지를 설명했다.

  Jay 엄마가 Jay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간 얼마 후 Jay가 계속 울어서 병원에 가 X-ray를 찍었는데 정강이에 S자로 금이 갔다는 소식을 알려 왔다. 의사가 “어떻게 넘어졌느냐”고 묻기에 내게서 전해들은 대로 대답을 했다고 한다. 이상하게 생각한 의사는 무거운 것이 떨어지거나 심히 때리지 않고는 S자로 그렇게 금이 갈 수가 없다며 경찰에 신고를 했단다. 내가 보다가 일어난 일이니 잘 봐 주지 못한 미안함과 죄송함이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다음 날 아침에 아동학대 사무실에서 나왔다는 뚱뚱한 여자 한 명과 정복을 입은 경찰 한 명이 나를 찾아 왔다. 그 사람은 나에게 Jay에 대해 수 없는 질문을 했고 나는 미국의 법적인 과정이나 결과에 대한 아무 지식도 없으면서 얼떨결에 사실대로 대답을 했다. 그 사람들은 Jay 부모와 베이비시터인 나를 계속 검사할 것이며 누구든 아동 학대의 증거가 포착되면 아이는 다른 엄마에게 맡기게 되며 법적인 절차로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들은 넘어진 장소가 어디냐고 묻기에 Jay가 넘어져 울던 장소를 알려주었다. 그들은 잔디밭을 샅샅이 뒤지고 검사를 하며 무엇인가 열심히 기록을 했다. Jay의 집에서는 Jay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정밀검사를 하는데 아이의 머릿속에 멍든 자국이 몇 개나 발견되었다고 한다. 한편 다친 아이를 두고 그 엄마가 계속 일을 했다면 그것도 좋지 않은 결과로 인정될 수 있었는데 Jay 엄마는 직장을 쉬고 집에서 Jay를 간호하고 있었기에 아동학대의 의심을 줄일 수 있었다는 소식도 전해 들었다.


  나는 그날부터 밥도 먹을 수 없었고 잠도 잘 수가 없었다. 내가 다니는 감리교회의 담임 목사님에게 사정을 얘기했고 기도를 부탁드렸다. 법도 모르고 의지할 곳도 없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나는 하나님께 매달려 기도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Jay는 부부가 결혼한 지 8년 만에 정말 어렵게 얻은 4대 독자 아들인데 검사관들의 결과가 좋지 않게 일단락 짓게 된다면, 아이를 빼앗긴다면, 내가 무슨 낯으로 그들을 대하며 어찌 살아갈 것인가? 생각할수록 눈앞이 캄캄하고 가슴이 조여 심장이 두 방망이질을 했다. 매일 같이 나는 Jay 집으로 전화를 하여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죄인인 양 안부를 물었다. 두 집은 서로 전화를 걸어 그날의 경찰이나 아동 학대 검사관과의 주고받은 내용들을 서로 알려 주며 깊은 한숨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미국에 오래 산 시누이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그렇게 터무니없는 나라가 아니니 사실대로 결과가 나올 테니 걱정하지 말라며 안심을 시키지만 만에 하나 사람의 일을 어찌 장담할 수 있겠는가? 시누이의 위로가 내 마음에 들어오지 않았다.


  Jay의 X-Ray 사진이 과학 수사연구소로 들어갔고 2달 정도 걸려야 결과가 판명된다고 했다. 하루가 여삼추인데 2달을 어찌 기다린단 말인가?

  아빠는 걱정하지 말고 우리 아이들이나 잘 보라고 하지만 우리 아이들을 보살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착한 두 딸은 나의 괴로움을 눈치로 알았는지 밖에 나가자고 조르지도 않았고 오순도순 집에서 잘 놀아 주었다.

  다니엘의 기도를 기억하며 매일 동쪽을 향해 무릎을 꿇고 간절히 기도했다.

  “하나님, 내가 죄를 지었으면 감옥에 가서 벌을 받는 것은 상관이 없겠지만 평화로운 Jay의 가정만은 아무 일이 없도록 지켜 주세요. 그 귀한 4대 독자 아들을 빼앗긴다면 그들은 모든 삶을 포기하게 되고 일생을 원망과 원한으로 살게 될 테니까요. 정말 그리될까 봐 겁나고 무섭습니다.”라고 한숨을 몰아쉬며 간절히 기도했다.

  천근만근으로 무겁고 괴로운 가슴을 치며 하나님께 정말로 간절한 기도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착한 두 어린 딸들은 나의 고통으로 인하여 함께 주눅이 든 것 같았다.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 마당에 나가 햇볕을 쬐며 함께 놀고 있는데 맞은편 아파트에 사는 미국 여인, 쌍둥이 엄마가 아들 하나를 안고 나에게 다가왔다.

  바로 전날 아동학대 사무실에서 자기에게 찾아와 혹시 Jay가 넘어지는 광경을 목격했는지 물어보았다고 한다. 그녀는 Jay가 넘어지던 날 두 아들을 밖에서 데리고 놀고 있었는데 건너편에서 놀고 있는 동양인들이 있어 새로 이사 온 사람인가 보다 생각하며 우리 일행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다고 한다.

  서툰 영어로 나는 그동안에 있었던 일과 아동학대로 판정이 나면 당해야 하는 법적 문제에 대해 들은 대로 설명을 했고 현재 겪고 있는 마음의 고통이 너무 크다며 하소연을 했다.

  그녀는 자기 쌍둥이 아들의 소아과 의사가 정말 좋은 분이며 남편의 친구 되는 사람이니 연락을 취하여 사실을 설명하고 도움을 청할 것이며 자기 스스로 증인이 되어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를 해주고 돌아갔다. 서툰 영어로 설명을 했음에도 잘 이해해 주었고 나도 그 여자의 하는 말들을 잘 알아들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온 지 4개월 밖에 안됐는데 영어를 정말 잘한다며 격려까지 해 주고 돌아갔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나는 그 쌍둥이 엄마가 나의 구세주라고 생각되었고 일부러 찾아와 사정을 들어 주고, 위로의 말을 해 주고 가는 그녀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


  정해진 날짜는 빨리 지나간다더니 결국 괴로움의 2달이 지나갔다. 하지만 나는 10년은 지나간 듯 한없이 긴 세월이었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궁금증은 나의 심장을 뛰게 했고 결과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슴이 너무나 두근거려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드디어 전화벨이 울렸고 나는 큰 숨을 몰아쉬며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안간힘을 썼다. 들려오는 검사관 여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심장이 멎는 듯했으며 가슴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져 왔다. 그러나 결과는 알려주지 않았고 서류를 주기 위해 집으로 오겠노라고 했다. 그 기다리는 반 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몇 년이 지난 것 같았다.

  서류를 받아 든 나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침착하게 읽어 내려갔다. 경찰 조사에서는 아이가 넘어진 장소에 불쑥 올라온 스프링클러가 장치되어 있었고 아마도 그 스프링클러에 걸려 넘어지면서 금이 갔을 것으로 인정한다고 쓰여 있었다. 그리고 ‘아이를 학대한 흔적은 없다’라고 쓰여 있었다. 아동학대 사무실에서 조사한 결과로는 Jay의 엄마에게서도 나에게서도 학대의 증거가 없으며 동네의 증인들이 나에 대한 평을 좋게 해 주었다는 내용도 있었다.

  온몸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밖에 나가 Jay가 넘어진 자리에서 전에는 전혀 보지 못했던 스프링클러를 찾아보았다. 둥근 쇳덩어리가 잔디밭 속에 숨어 있음을 보는 순간 검사관은 왜 그 얘기를 일찍이 말해 주지 않았는지 원망스러웠다. 갑자기 허전함이 몰려오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 나도 모르게 엉엉 울어버렸다. 2달 동안 쌓였던 고통의 응어리를 남김없이 토해내고 싶었다.


  진작 그 사실을 알았다면 피를 말리는 극단적인 걱정은 하지 않았을 것 같았다. 얼마 후 남편에게 전화하여 결과에 대해 알렸다. 그동안 걱정으로 정신없이 사는 나를 바라보아야 했던 남편에게 미안함이 밀려 왔다. 퇴근길에 시장에 들러 반찬거리를 사 오라고 부탁을 했고 오랜만에 맛있는 된장찌개와 불고기를 만들어 저녁상을 차렸다.

  가슴을 짓누르던 무거운 바위가 서서히 굴러 나가고 답답했던 안개가 걷히니 살 것 같았다. 마음이 안정되고 생활이 정상적으로 돌아오자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기도를 드렸다.


  Jay가 넘어진 그 자리에 스프링클러가 있었다는 것만 알았어도 그렇게 괴로운 두 달을 보내지는 않았을 것을...... 말해주지 않은 경찰들이 야속하고 속상했지만 그 고통의 대가로 ‘마음의 평안과 자유 함’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되었으니 그것으로 감사하자며 마음을 달래보았다.

  그날 밤 나는 두 딸을 양쪽에 누이고 오랜만에 깊은 잠에 푹 빠져 들었다.

  아름다운 초원에서 두 딸과 Jay가 함께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을 바라보며 평안하고 행복해 하는 꿈을 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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