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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2 16:13
세상 만물이 변하듯이
김 소 향
세상 만물이 변하는데 하물며 사람이 한 마음으로 일생을 살 수 있으랴. 필요에 따라 선택의 여지없이 때로는 본인의 의지와 결단에 따라 수시로 마음을 바꾸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사인가 보다.
며칠 전에 처음 갖게 될 최신형 휴대전화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번호를 바꾸면 200 달러를 준다는 달콤한 권유를 받았다. 고지식하기 그지없는 그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번호를 바꾸기로 결정하면서 새 번호를 아들들과 아는 분들에게 이메일로 보내면 간단하다고 설득했다. 그러나 지역번호만은 예전과 같은 뉴욕 번호(917)를 고르면서 뉴욕은 역시 내 가슴에 자리 잡은 그리움, 그 자체였음을 다시 느꼈다.
이백 달러에 쉽사리 매료되어 오래 갖고 있던 전화번호를 미련 없이(?) 바꾼 아내의 태도가 달갑지 않았을 그이처럼 나도 한 때는 변화를 싫어했었다. 아니 변화가 두려웠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다. 살아온 동안 가장 오래 머물렀던 뉴욕에서의 사십여 년 동안 집 주소, 전화번호, 직장, 거래하던 상점들을 바꾸지 않았으며 하물며 출퇴근 때도 같은 길을 택했다. 이유나 핑계야 있었으나 실은 모험심 부족한 성격 때문이었다. 덕분에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시련도 겪지 않고 마음 편히 살았었다.
시대에 발맞추며 살아야 한다고 진작부터 신형 휴대번호로 바꾸라는 그이의 권유에는 아랑곳없이 손바닥 반절 크기의 구형을 고집하며 다섯 해 동안 사용했었다. 작고 가벼워 갖고 다니기 편하고 기능이 무한하다는 신형으로 바꾸면 용도를 다 이용하지 못하여 손해를 보는 기분일 듯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지 전화기의 글자가 작아지며 희미해져 읽으려면 눈이 찡그려지고 눈 주위의 주름살이 깊어지며 눈이 쉽사리 피곤해졌다. 전화를 쓸 때마다 안경을 찾느라 서두르게 되니 짜증도 나기 시작했다.
전화를 한동안 사용하다가 강의를 들으면 이해하기 쉽다는 강사님의 조언대로 온갖 일 젖혀두고 전화 사용법에 관한 수업을 시작했다. 성의를 다하여 봉사하시는 여러 선생님의 해박한 지식, 진지한 모습이 우러러 보이며 고맙기 그지없었다. 아들들한테 컴퓨터나 휴대전화 용도를 배우던 시절, 잘 이해하지 못하면 그 정도도 모르느냐는 듯한 핀잔을 받고 화가 치밀었던 옛일이 떠올랐다. 알아듣지 못하는 수강생들이 오죽이나 답답했으랴마는 수 없이 반복하시던 강사님들의 인내심에 탄복했다.
열심히 배운 덕분에 몇 가지 사용법을 터득하니 자신감이 들고 재미가 나서 신형을 사도록 극구 권유한 그이가 고마웠다.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을 이메일로 친구에게 보낼 수 있었던 어느 날 그이에게 자랑도 했다. 전화기의 글자가 크고 더구나 크기를 조절할 수 있어 안경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함 때문에 갖고 다니기에 무거운 불편을 감내하고 있다.
갈수록 새로운 일에 직면했을 때 겁이 나지 않는 것도 나이 들면서 얻는 부수적인 이득 중의 하나다. 진작부터 도전적으로 살았다면 인생의 행로가 어찌 변했을까, 느닷없이 떠오르는 상상에 혼자 웃고 말았다.
지금은 지나간 날들을 되돌아보기보다는 오는 날들을 맞아들일 준비에 전념해야 할 때임을 알 나이가 되었는데도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변화나 소망이 단순히 나의 의지만으로 가능하지 않음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변화를 두려움 없이 받아들일 수 있고 더구나 선을 위해서는 서슴없이 변할 수 있는 그런 날들이 기다리고 있다면 분명히 축복받은 여생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