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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만난 친구

강 홍 식


  옛날 우리가 어렸을 때는 ‘찜프’라는 아이들 공놀이가 있었습니다.

  요즘의 야구와 비슷한 규칙의 게임입니다. 근래에는 보기 드문 ‘연식 테니스’ 공처럼 말랑한 고무공을 투수 없이 타자 자신이 공을 높이 던져 올렸다가 공이 떨어질 때 고무공을 주먹으로 내칩니다. 수비팀이 그 공을 잡아서 베이스에 던져 타자 주자가 베이스를 밟기 전에 베이스지기가 먼저 잡으면 타자는 아웃입니다. 동네 좀 넓은 골목에서 친구들과 이 놀이를 자주 했습니다. 그 친구들 지금은 거의 다 저세상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때 함께 놀던 친구 중 하나가 나의 모국방문을 알았는지 내가 묵고 있는 호텔로 찾아왔습니다. 아침 7시 이른 시간인데 우리 둘은 식전이라 우선 식사할 곳을 찾아 나섰습니다. 난 양복 윗저고리를 챙겨 입고 친구를 따라나섰습니다. 간 곳은 옛날 우리가 가끔 찾았던 청진동 해장국 집입니다. 그리 먼 거리도 아니었는데 친구는 가다가 허리가 아프다며 이따금 가게 앞 의자에 걸터앉아 쉬어가며 걸었습니다. 지팡이를 짚고 숨을 몰아쉬면서 걸어가는 모습을 보니 참 안쓰러웠습니다. 나 역시 전엔 허리가 좋지 않아 물리치료 등 여러 가지 치료를 받았으나 신통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신경외과를 찾아 엠. 알. 아이(MRI) 검사를 받았는데 의사가 ‘척추관 협착증’이라 진단했습니다. 수술 성공률이 90%라는 말에 힘입어 바로 수술을 받았습니다. 나는 지금은 통증도 가셔지고, 산에도 오를 수 있고, 이렇게 서울 나들이도 하지 않느냐며 친구에게 전문의를 찾아가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척추간 판 탈출 증(디스크)이라면 수술보다는 보존요법 척추 견인술, 물리치료, 척추 마사지 척추신경 경막주사 치료법이 좋다고 설명했더니 이미 병원에 가서 자기도 중증 척추관 협착증이란 진단을 받았다고 하기에 수술받을 것을 권했습니다.


  해장국 두 그릇에 소주 한 병을 시켜놓고 친구는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나 얼마 전에 LA에 다녀왔어.” 친구는 자기 첫사랑 얘길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아 글쎄, 그녀가 죽기 전에 날 꼭 한 번 만나야겠다고 하잖아. 난 부자가 아니니 그럼 사는 동네 근처 값싼 모텔에 들 터이니 모텔 전화번호나 알려달라고 했지. 그런데 글쎄, 그녀의 남편이 공항까지 내 마중을 나와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지 않겠어? 가보니 그녀는 간암 말기로 침대에 누워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어.” 친구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아무 말도 못 한 채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눈물을 흘렸답니다. 그녀의 남편은 목사님인데 새벽기도를 나가면서도 손수 내린 원두커피를 친구에게 건네주더랍니다. 친구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푸ㅡ 긴 한숨만 내쉬었습니다.


  그녀가 좋다면서 줄곧 따라다니던 그 친구의 옛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언젠가 그녀가 집안 형편이 넉넉지 못해 등록금 마련을 못 하고 휴학을 하게 되었는데 이 친구는 자기 등록금으로 대납해주고 공부하기 싫은 김에 자기는 휴학을 해버렸습니다. 그리고는 학교에 다니는 척 근처 대학가를 배회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줄도 모르는 그녀는 공부에 열중하지 않는다고 친구를 만나주지도 않았습니다.

  당시 연락을 하는 수단은 오로지 편지 아니면 인편을 통해서 직접 전하는 방법밖에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대문 틈에 쪽지를 찔러 넣었다가 어른에게 발각이라도 되는 날에는 난리를 치르게 되는 때였지요. 전화나 핸드폰은 생각도 못 하던 시절입니다. 그러다가 친구는 입대를 하게 되었고 입대 후로는 외출도, 그 밖의 어떤 수단으로도 연락할 길이 없었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 어느 날 우연히도 그녀는 친구의 동생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친구의 동생은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우체국 집배원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하루는 그녀가 배달하러 온 집배원에게서 등기우편물을 건네받고 수신자 확인을 해주다가 그 집배원의 외모와 목소리가 너무도

그와 닮아서 혹 이런 분을 아느냐 물었더니 놀랍게도 그 집배원이 바로 친구의 동생이었답니다.


  호텔 커피숍에 마주 앉아서 가까이 지내던 친구들의 투병생활, 먼저 간 친구들의 장례 경위 등 두어 시간 여러 가지 얘기를 내게 들려주었습니다. 앉았던 자리를 뜨면서 우린 이후에도 또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호텔을 나왔습니다. 지팡이를 짚고 절뚝거리며 을지로 입구 전철역을 향해 멀어져 가는 그를 나는 가로수 뒤에 한동안 서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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