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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웃이라면

김 양 선


  15년 전, 남편을 따라 함께 가톨릭교회의 부제 양성 교육에 필요한 공부를 하게 되었다. 공부하는 가운데 만난 학우들은 세상에서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었으며 특별히 가족 가운데 자식들로 인해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꿋꿋하게 하느님께 나아가는 데에 희망을 두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중에 성공한 사업가인 짐과 셀리 부부는 부모가 다른 태어나서 얼마 되지 않은 신생아를 차례대로 다섯 명을 입양하였다. 따뜻한 사랑과 헌신의 마음으로 좋은 환경에서 키웠건만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면서 임신, 마약, 학교 포기 등, 하나같이 이들을 힘들게 하였다. 그럼에도 이 부부는 포기하지 않고 여러 방면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었는데 깊은 신앙인의 愛德(애덕)을 실천하는 모습은 모든 이들에게 감명을 주었다.


  교육 기간 동안 강의 듣고, 실습하고(병원, 교정소 방문 등), 피정, 기도에 많은 시간이 지난 가운데 어느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 중 “Life for others”란 짧은 문장이 마음에 와 닿았고 기억에 깊이 남았다. 우리가 매일 순간순간을 살면서 우리만을 위한 삶이 아니라 사소한 것이라도 남을 위해 언어와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어릴 적에 성당 앞 골목 동네에 살았었다. 주일이 되면 늘 우리집 앞을 지나가는 노숙자가 있었다. 그 당시 그분의 나이는 30대였지만 나이보다 훨씬 더 늙어 보였다. 왜냐하면, 허름한 옷차림에 뇌성마비로 인해 머리와 눈, 입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심하게 계속 흔들렸고, 하반신 마비로 인해 남자아이들이 겨울에 나무로 만들어 탔던 썰매에 앉아 구걸도 하고 성당에 오기도 하였다. 주일 아침 미사가 끝나면 그분은 성당에서 내려오는 길목에 있는 우리 집 앞을 지나갔다. 그 시간쯤이면 어머니께서는 조그만 밥상에 밥과 반찬을 준비하셔서 그분께 식사를

차려드렸다. 그때 머리를 흔들면서 웃던 그분과 어머니 모습이 지금도 종종 생각나곤 한다.


  몇 해 전 한국에 사는 언니가 나를 방문하였을 때 많은 옛날이야기를 나누다가 뇌성마비 그분의 이야기가 나왔다. 언니 말이 그분은 지금 음성 꽃동네에서 생활하고 계시며 아마도 나이가 80 후반에서 90세 가량은 되셨을 거라고 했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외할머니께서 노숙자에게 베푸셨던 지난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지금 우리 부부는 라구나우즈 빌리지에 이사와 살면서 여러분들을 만나고 알게 되었다. 많은 분들이 각자 나름대로 노후를 여유롭게 즐기면서, 작든 크든 봉사를 하며 아름답고 보람되게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본다. 즉 ‘Life for others’를 자연스레 실천하며 함께 어우러져 사는 승화된 조화의 아름다움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이사 와서 우연히 알게 된 어떤 분은 내게 합창반을 소개하고 나오도록 권유까지 해주셨다.


  합창반에 즐겁게 나가던 중, 합창이 끝난 후 우연히 한 모퉁이에서 오토하프를 연습하는 분들을 보게 된 나는 호기심이 생겨 그들의 연습을 구경하면서 그중에 계신 잘 모르는 분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그분은 내게 오토하프를 해볼 의향이 있으면 해보라고 하셨고 그 말에 용기가 생겨 시작한 것이 어언 9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하프 선생님과 단원들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어디를 내놓아도 모범이 되고 자랑스러운 클럽이어서 내가 그 중에 한 사람이 된 것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특히 선생님이신 사모님은 단원들을 따뜻하게 품어주시고 너그러우셔서 연습시간이면 우리는 모두 즐겁게 웃으며 한 가족 같은 화목한 분위기를 즐긴다. 사모님이야말로 ‘Life for others’를 온전히 삶으로 실천하시는 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음악에 전혀 문외한이었던 나를 하프 팀으로 이끌어 준 ‘잘 모르던 분’은 지금 좋은 친구가 되어 함께 하프를 친다. 조용하면서도 적극적으로 한인회에서 봉사하는 친구는 우리 남편을 동창회에 나오도록 권유하였으며 지금은 함께 오토하프 연습을 하면서 편승하여 다니고 있다.


  라인 댄스 선생님은 열정적으로 가르치며 항상 나를 볼 때마다 운동하라고 적극 권해 주었기에 결국 라인댄스에 참가하게 되었고, 지금은 라인댄스가 취미생활의 중요한 일부분이 되어 버렸다.


  예쁜 눈을 가진 한 친구는 매사에 감사한다는 이야기를 내게 들려준다. 그럴 때마다 나도 저절로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어 그녀를 ‘행복 바이러스’라고 말하고 싶다. 집 앞을 산책하며 지나는 할아버지 한 분은 흰 봉투를 들고 다니면서 땅에 떨어진 쓰레기를 일일이 주워 담으신다. 보이지 않는 모든 사람에게 행복을 나누어 주고 계시는 것이다. 라구나우즈 빌리지에는 이외에도 모범이 되는 많은 분들이 계셔서 정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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