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English

바로 밑에 보이는 분류를 선택하는 즉시 게시글 전체중에서 글올리신 이가 지정한 분류가 님이 선택한 분류와 일치하는 글들만이 전시됩니다. 선택한 분류에서 다시 전체글을 보시려면 분류: 전체나 위의 게시판 메뉴를 누르면 전체 글이 다시 펼쳐집니다.
As soon as you select and click one of the categories below, only those articles with the same category assigned by the one who uploaded the article will be displayed. To view the entire posts again press Category: Total or the LWV Board menu choice.

Etc., etc.. 속 터진 만두

2021.01.02 21:17

一水去士 Views:325

속 터진 만두

 

성밖 인왕산 자락엔 세칸 초가들이 다닥다닥 붙어 가난에 찌든 사람들이 목숨을 이어간다.

이 빈촌 어귀에는 길갓집 툇마루 앞에 찜솥을 걸어놓고 만두를 쪄서 파는 조그만 가게가 있다.

쪄낸 만두는 솥뚜껑 위에 얹어둔다.

만두소를 만들고 만두피를 빚고 손님에게 만두를 파는 일을 혼자서 다 하는

만두가게 주인은 순덕 아지매다.

입동이 지나자 날씨가 제법 싸늘해졌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어린 남매가 보따리를 들고 만두가게 앞을 지나다

추위에 곱은 손을 솥뚜껑에 붙여 녹이고 가곤 한다.

 

속터진 만두400.jpg

어느날 순덕 아지매가

부엌에서 만두소와 피를

장만해 나왔더니
어린 남매는 떠나고 없고,

얼핏 기억에 솥뚜껑 위에

만두 하나가 없어진 것 같아

남매가 가는 골목길을 따라 

올라갔다.


꼬부랑 골목길을 오르는데,

아이들 울음소리가 났다.
그 남매였다.

흐느끼며 울던 누나가

목이 멘 소리로 말했다.

"나는 도둑놈 동생을 둔적없다.

이제부터 나를 누나라고 

부르지도 말아라."

예닐곱 살쯤 되는 남동생이 

답했다.

"누나야,내가 잘못 했다. 

다시는 안 그럴게."

 

담 옆에 몸을 숨긴 순덕 

아지매가

남매를 달랠까 하다가

더 무안해 할 것 같아

가게로 내려와 버렸다.

 

이튿날도 보따리를 든 남매가 

골목을 내려와 만두가게 앞에서 

걸음을 멈추더니,

누나가 동전 한닢을 툇마루에 

놓으며 중얼거렸다.

"어제 아주머니가 안 계셔서 외상으로 

만두 한 개를 가지고 갔구먼요."

 

어느날 저녁 나절 보따리를 들고 올라가던 남매가 손을
안 녹이고 지나치길래 순덕 아지매가 남매를 불렀다.

"얘들아, 속이 터진 만두는 팔 수가 없으니 우리 셋이서 먹자꾸나."

누나가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고맙습니다만 집에가서 저녁을 먹을래요."

하고는 남동생 손을 끌고 올라가더니 "얻어먹는 버릇들면 진짜 거지가 되는 거야"한다.

어린 동생을 달래는 나지막한 목소리가 찬바람에 실려 내려와 순덕 아지매 귀에 닿았다.

 

어느날 보따리를 들고 내려가는 남매에게 물었다.

"그 보따리는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 거냐?"

누나 되는 여자 아이는 땅만 보고 걸으며
"할머니 심부름 가는 거예요"
메마른 한마디 뿐이다.

 

궁금해진 순덕 아지매는 이리저리 물어봐서 그 남매의 집사정을 알아냈다.

얼마 전에 서촌에서 거의 봉사에 가까운 할머니와 어린 남매 세 식구가 이리로 이사와

궁핍속에 산다는 것, 그래도 할머니 바느질 솜씨가 워낙 좋아 종로통 포목점에서

바느질 꺼리를 맡기면, 어린 남매가 타박 타박 걸어서  자하문을 지나 종로통까지 바느질

보따리를 들고 오간다는 것,

남매의 아버지가 죽고 나서 바로 이듬해 어머니도 유복자인 동생을 낳다가 이승을

하직했다는 것이다.

 

응달진 인왕산 자락 빈촌에 매서운 겨울이 찾아왔다.

남동생이 만두 하나를 훔친 그날 이후로 남매는 여전히 만두가게 앞을 오가지만,
솥뚜껑에 손을 녹이기는 고사하고 고개를 돌리고 외면하고 지나간다.

"너희 엄마 이름이 봉임이지?  신봉임 맞지?"

어느 날 순덕 아지매가 가게앞을 지나가는 남매에게 묻자

깜짝 놀란 남매가 발걸음을 멈추고 쳐다본다.

 

"아이고, 봉임이 아들 딸을  이렇게 만나다니,  천지신명님 고맙습니다."

남매를 껴안은 아지매 눈에 눈물이 고였다.

"너희 엄마와 나는 어릴 때  둘도 없는 친구였단다.

우리 집은 찢어지게 가난했고 너희 집은 잘 살아 인정 많은 너희 엄마는 우리 집에 쌀도

퍼담아 주고 콩도 한자루씩 갖다 주었었다."

 

그날 이후 남매는 저녁 나절 올라갈 때는

꼭 만두가게에 들려서 속 터진 만두를 먹고,

순덕 아지매가 싸주는 만두를 들고 할머니께 가져다 드렸다.

순덕 아지매는 관청에 가서 호적부를 뒤져 남매의 죽은 어머니 이름이 신봉임이라는 것을

알아냈고, 그 이후로 만두를 빚을 때는
꼭 몇개는 아얘 만두피를 찢어 놓았던 것이다.

 

이 이야기를 하다보니 얘기속에서
사람의 정과, 인간미,배려,나눔 또한 도덕과, 예절의 아름다움을 느낄수 있으며

또한 추위로 움츠러드는 날씨에 몸과 마음마저도
따뜻해져 옴이 느껴집니다

요즘 코로나를 비롯한 여러가지 일들이
세상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지만
우리 서로가 마음을 나누며 좀더 훈훈하고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Copied from Naver.com by ISGS, January 2, 2021

No. Subject Author Date Views
Notice Member registration Korean American Community registration Dstone 2023.05.31 1121
893 신삼국지 드라마 다시 즐기기 YouShine 2022.01.24 146
892 라구나 우즈 한인회 박 용진. 박용진 2021.08.24 190
891 라구나 우즈 한인회. 박용진 2021.08.24 209
890 누가 한국 사람 인가?_함재봉 교수의 한국 사람 만들기 01 [1] YouShine 2021.04.18 260
889 하바드 어용학자 램지어 파면해라 !! [1] 一水去士 2021.03.07 247
» 속 터진 만두 [1] 一水去士 2021.01.02 325
887 Smart Phone 사용 강좌 안내 1 월 11 일 시작 Chul 2020.12.31 451
886 LWV 행복도시: 충조평판의 유혹을 이긴다 이영범 2020.12.04 269
885 고향의 노래 -Thanksgiving Day 에 一水去士 2020.11.26 272
884 여수(旅愁) - 노래: 이연실 A Taveler's Melancholy (한영자막 English & Korean subtitles) YouShine 2020.11.11 267
883 Donald, YOU ARE FIRED !! [1] 一水去士 2020.11.07 279
882 함께 나눔에 감사! 박용진 2020.10.24 227
881 2. 한인회 기뿐 소식. 박용진 2020.10.24 288
880 2. 한인회 기쁜 소식. 박용진 2020.10.17 7389
879 1. 라구나 우즈 한인들에게 기쁜 소식 박용진 2020.10.17 300
878 유엔 안전 보장 이사회 결의란을 통과. 박용진 2020.10.17 220
877 Newsletter 10 불면증 과 마음챙김 치료법 이영범 2020.10.13 265
876 2020년도 한인회 인선위원 공고 문예협회 2020.10.04 220
875 Windows 10 사용 방법 Dstone 2020.09.07 190
874 Windows 10 사진편집기능 Dstone 2020.09.07 178
이 게시판이나 웹에 관해 묻고 싶은 게 있으시거나 건의 할 게 있으시면 관리자 (e-mail: 김익현 ikkim922@hotmail.com) 에게 문의 해 주세요.
Any inquiry as to this board and website or suggestions should be directed to Admin (e-mail: 김익현 ikkim922@hotmail.com ). Thanks!